글 수: 4    업데이트: 21-02-19 18:05

평론

​“토하(土荷) 연봉상 도예展”에 즈음하여_이점찬(대구미술협회 회장)
관리자 | 조회 635
“토하(土荷) 연봉상 도예展”에 즈음하여…
 
바야흐로 녹음이 짙어가는 싱그러운 계절을 맞아 우리 향토 도예인들에게 참으로 뜻깊은 행사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토하 연봉상 선생의 도예작품전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 기회에 도예인의 한 사람으로써 지면을 통해 축하 인사를 드리게 된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토하 선생은 전통기법을 답습해온 여느 도예인들과는 달리 대우주의 꿈을 키우며 이 시대에 가장 걸맞는 독특한 제작기법으로 현대인의 체취가 묻어나는 작가입니다. 특히 유약을 이중으로 시유하는 기법을 채용하여 전통옹기 제작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황토를 유약에 섞은 다음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내는 기법은 오직 자신만이 소유하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토하 선생의 내면에 잠재된 작가정신에서 시간의 순환성을 통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작품 달항아리는 마치 대우주를 여행을 하듯 별자리를 찾아 헤매는 판타지적 이미지와 연결하고 결합하여 강렬한 생명력을 부여하였는지도 모릅니다. 과거와 현재의 접목을 통해 연결을 시도한 것 자체가 현대인의 치열한 삶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과거는 언제나 추억의 대상이며 시간의 순환성으로 되살아나는 자아의식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토하 선생의 작품은 자아의식의 발동으로 다양한 종류의 재료를 활용해 유희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특히 자연성을 회복하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주안점을 두고 새로운 도자 조형의 표현성을 찾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현대적인 작업의 열정으로 승화시킨 점은 높이 평가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작가 토하 선생이 현대 도자 조형에 있어서 공예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점토를 통해 예술적 언어로 오브제의 미학적 사상을 시간적이고 물리적으로 도입한 개념도 새롭게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가 이 같은 작업과정을 정립한 것은 앞으로 우리 도자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도자예술은 그동안 매체의 직접성을 보유하면서도 재료적 한계성으로 인해 다양한 조형적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토하 선생의 전시회는 현대 도자예술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에 대한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도자예술을 단순히 표현한다면 현대생활의 일반적인 견해에서 널리 쓰이는 생활도자기, 즉 식기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심오한 도예문화는 중국과 더불어 이른바 ‘자기(磁器)문화’의 원조(元祖)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 우리 도예문화는 조선조 말기까지 왕실의 전유물이었으나 관요(官窯)와 민요(民窯)에 관계없이 제작 일선에선 반드시 백성들의 예술적 손을 거친 장인정신이 배어 있었습니다.

하여 우리 생활도자기는 궁중뿐 아니라 대중생활 깊숙이 스며들었으나 불행하게도 임진왜란 이후 일제 강점기엔 전통적인 명맥이 끊어지는 공백기가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광복 이후에도 급속한 산업화와 서구문물의 유입으로 찬란했던 우리 고유의 도예문화가 빛을 잃기도 했으나 자생적인 장인들의 열정으로 전통기법이 전수되어 오늘날 현대적 미감으로 꽃을 피우게 된 것입니다.

그 전위(前衛)에 선 토하 선생은 대우주를 향한 영혼을 불사르며 한국 도자예술의 미적 요소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는 도자예술의 현대화에 기여하면서도 전통적인 장작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워내는 도요(陶窯)기법을 고집하는 장인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회는 토하 연봉상 선생의 치열한 작가적 정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8. 6.
(사)대구미술협회 회장 이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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