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4    업데이트: 23-04-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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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니 채워지더라…중견작가 5인의 넉넉한 시선 - 영남일보 -
아트코리아 | 조회 803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올해 새롭게 마련한 기획시리즈

‘올해의 중견작가전’을 31일부터 9월18일까지 대구

문화예술회관 1~5전시실에서 연다.

있는 듯 없는 듯…모호한 조각
물감을 닦아낸 후 나타난 형상
문자의 여백에 숨은 이미지 등
반복과 고행의 과정 거친 작품
삶에 대한 열린 태도 담겨있어


올해의 중견작가전은 지역미술계의 중추를 담당하는

역량있는 중견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이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기 위해 마

련됐다. 평론가 등 미술계에서 추천한 여러 작가 중

1950년대 생인 송광익 김영세 노상동 박승수 작가와

이보다 조금 더 아래 연배의 조각가 고관호가 참여한

다.올해 전시는 ‘비움과 채움’을 주제로 펼쳐진다.

이는 참여하는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작품을 대하는 열린 태도, 삶을 관조하는 자세, 존재

를 바라보는 큰 시각 등을 아우른다.

송광익 작가는 한지를 이용해 공간성과 빛의 굴절, 종이끼리의 부딪힘과 흔들림 등을 담아낸 작품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반복, 지속, 일정한 흐름이 있고 확장 가능성을 가진 열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의 대표작 ‘지물(紙物)’ 시리즈는 연속되는 ‘ㅛ’자형의 종이로 만든 단단한 기초 위에 종이의 길이와 열림과 접힘, 찢김과 잘림의 변주에 따라 다양한 조형미를 만들어낸다. 수많은 반복과 고행의 과정을 거쳐 제작된 작품은 노동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고관호 작가는 그의 작품에 대해 “있는 듯하지만 없고, 없다고 단정지으려면 살아나는 존재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한다. 전시작 ‘모호함에 대해’는 수직과 수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조물은 씩씩하게 걷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지만 형상은 뚫린 공간으로 표현되고 안과 밖, 선과 면을 구분하지만 그렇지 않은 모호함의 역설을 담고 있다. 그의 조각은 일반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영세 작가는 그리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에 물감을 칠하고 이를 걸레로 닦아내어 형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완성한 ‘오래된 미래’란 작품을 보여준다. 그림으로써 채우지 않고 닦아냄으로써 불러낸 형상에는 작가의 몸과 행동이 반영되어 있고, 그의 작업방식에는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작가는 현실과 이상처럼 많은 경계에서 갈등하고 흔들리는 인간의 삶을 마주하고 그 존재에 대한 이해를 이런 방식으로 드러냈다.

종이컵, 계란판 등을 화면에 반복적으로 붙여 색면을 만들어 작품을 완성하는 박승수 작가는 캔버스에 종이컵을 규칙적, 반복적으로 나열하는 과정을 통해 감성적 표현을 억제해 절제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 여기서 오는 허무의 감정을 일회용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색채와 조형으로 담아냄으로써 마치 축제와 같은 인간 삶의 이면을 드러내 보여주고자 한다.

현대적 서예를 추구해온 노상동 작가는 텍스트보다는 이미지 중심의 서예를 표현하고자 했다. “전통적 여백 개념을 현대적 공간개념으로 바꾸어 문자성 속에 숨어있는 상형성을 드러내려 했다”는 작가는 한자 서예 속에 혼재하는 추상과 구상이 조형적으로 현대미술의 근간과 만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글 파서의 점 획 작업, 문자와 이미지를 공존시키는 작업 등을 해왔다. (053)606-6152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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