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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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27    업데이트: 23-05-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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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를 찾아서] 라이벌 - 대구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270
[좋은 시를 찾아서]


라이벌
                      박숙이 시인


들여다보면 저 들판

꽃만 있는 게 아니네

꽃 사이사이에 잡초가

관계처럼 끼어 있네

뽑을까 벨까 망설이니, 아서라

선배가 한사코 말린다

생각해 보렴

풋풋한 저 라이벌 때문에

긴장하며 네가 널 피워내질 않았는지,

미워하지 말거라

세상에 꽃만 있다면야

어디 네가 꽃이더냐!

◇박숙이= 경북 의성 출생. ‘매일신춘문예’ 동시당선. ‘시안’시 등단. 한국문협·한국시협회원. 서정주 문학상. 대구문학상수상. 시집 ‘활짝’, ‘하마터면 익을 뻔했네’.

<해설> 시인의 시를 읽고 왠지 느껴지는 이 편안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세상의 가장 편안한 꽃밭을 나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인가? 불편함조차도 편안하게 바꾸어 놓는 시인의 화법에는 넉넉한 웃음기가 느껴진다. 라이벌 이라고 생각하는 상대 때문에 더 이상 마음 다칠 일 이 없기 때문이다. 꽃밭의 잡초는 자신이 온몸으로 밤이슬을 받아 두었다가 꽃인 내가 목마를 때 그 물기를 나누어주는 그런 잡초일 수도 있다. 또한 꽃인 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배경일 수도 있다는 시인의 넉넉한 직관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신이 만물을 창조 할 때 같은 목소리, 같은 얼굴을 만들지 않은 것도 나르시스를 염두에 두고 반영한 결과는 아닐까.

-박윤배(시인)-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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