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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21    업데이트: 22-03-10 10:26

언론평론 자료

<매일춘추> 볼 줄을 몰라서요
노애경 | 조회 874
[매일춘추] 볼 줄을 몰라서요
작가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작품 구상에서 창작에 이르기까지 혼신을 다한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그려도 느낌이 없는 그림이 있고 분위기만 잡아도 의도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 탄생될 때가 있다. 작품의 제작 기간 역시 며칠을 끙끙대도 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순식간에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창작은 본능적 미적충동에 의해 완성되기에 잘 풀리는 날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성취감으로 뿌듯해진다. 그렇게 창작된 작품은 전시를 통해 수용자인 관객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작품의 마무리 단계라 할 수 있는 액자 제작과 전시장 선정, 팸플릿과 작품 운송까지, 많은 경제적 부담이 있지만 맞선을 보는 처녀 총각처럼 설렘을 안고 전시를 열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작가의 작업실에 갇혀 관객과 소통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시장에 관객이 없으면 그것만큼 맥 빠지는 일이 없다. 대부분의 공연이 관람료가 있는 것에 비해 미술 전시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람료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뜸하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 제작뿐만 아니라 전시홍보까지 힘써야 한다.

전시 초대장을 보내면 대부분 무엇을 준비해서 가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전시장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다 사람들이 꼬리말처럼 덧붙이는 말이 ‘그림을 볼 줄을 몰라요’다. 그림을 문화 수준이 높은 사람들만 접하는 전유물 정도로 생각하고 볼 줄 모르는 사람이 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뜻이다.

전시장에 갈 때는 화분이나 케이크, 때로는 축의금을 준비해야 된다는 일부 사람들의 선입견과 혹여 작품을 구매해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유감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럴 때마다 작가는 그동안 애써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손님은 바쁜 시간을 내어 귀한 발걸음하여 주는 것으로 비기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림은 보이는 대로 보면 된다고 일러준다. 사실 그렇다. 딱히 그림을 어떻게 보아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 특별한 수준을 요하지도 않는다. 관심을 가지고 자주 보다 보면 흥미가 더해지고 그에 따른 지식도 쌓이게 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큐레이터나 작가에게 직접 문의를 해도 된다. 궁금한 것은 많은데 무엇을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망설일 필요가 없다. 작가는 관람객으로부터 어떠한 질문도 반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전시장의 예술작품은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작가와 예술작품, 그것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관계가 선입견의 틀을 깨고 삼박자를 이룰 때 우리의 예술적 문화수준은 향상될 것이다.

노애경 화가

기사 작성일 : 2010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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