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갤러리

매년 갤러리아트사간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YAP는
젊고 활력넘치는 실험성과 기본기를 가지고 항상 새로운 이슈와 담론을 내며,
미래적 방향을 제시 할 수 있는 진취적인 신진작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회화와 사진분야에서 각 한명씩 선정하여 개인전의 기회를 주고 있으며
이번 2012년 사진부분에서 홍기웅, 회화부분에서 오새미가 선정되었습니다

외출준비, Acrylic on canvas, 162.0x130.3cm, 2011

인간의 욕망은 단순한 ‘바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강한 심리적 동요를 경험한다. 바라던 것을 얻지 못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실패가 거듭될수록 점차 인간의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가 의심을 만들고,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야기시킨다. 보잘 것 없는 돌맹이 하나가 잔잔한 호수의 고요함을 유린하듯, 인간의 욕망은 그 경중을 떠나 어떠한 형태로든지 지나온 길에 깊은 상흔을 남긴다. 약해지고 상처받은 인간은 언제 불현 듯 찾아올지 모르는 고통이 되풀이 될까 두려워 그럴듯한 가면으로 내밀한 욕망의 얼굴을 가리려 애쓴다. ‘자기 합리화’의 다채로운 빛깔로 수없이 덧칠된 욕망의 모습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재의 자신, 본연의 모습이다.

사춘기, Acrylic on canvas, 72.7x116.8cm, 2010

탁월한선택(Good men), Acrylic on canvas, 130.3 x 162.0cm, 2010

나는 현실과의 타협으로 잉태된 일그러진 욕망에 주목한다. 도태된 욕망들은 작품 속에서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 인체의 형상(어린아이, 거대한 남성의 신체)등으로 표현된다. 마치 부조처럼 은밀하게 드러난 이들의 모습은, 백일몽의 그것처럼,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 속에 위치한다.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사막, 묘지 등의 장소성 역시 이 같은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 사막과 묘지는 죽음의 내음이 깊게 배어있는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강렬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억압된 욕망이 일상의 순간순간에 문득 신기루 같은 환상으로 떠오르듯이, 예상치 못한 경험을 통해 인간은 의식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죽음’ 이라는 근원적 두려움과 마주한다. 욕망과 죽음의 기저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불안과 공포는 현실의 굴레 속에서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회피하고픈 불편한 감정들이다.

Deus Ex Machina, Acrylic on canvas, 387.8 x 130.3cm, 2012

일그러진 욕망은 아름답다. 그 자체가 삶의 증거가 되는 모든 고통만큼 의미 있는 것은 없다. 나는 불안을, 고통을, 공포를 그린다. 그리고 결국 완성되는 것은 인간이다. 

-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