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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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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달리자.
작성자 김성규 | 작성일 2012/05/02 | 조회 476

지금 바로 달리자.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는 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달리기를 한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다보면 달리는 길에서 예상치 못한 놀라운 일이 발생하곤 한다. 분명히 달리기를 나보다 훨씬 늦게 입문했는데도 나보다 더 가볍게 빨리 잘 달리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과연 그 비법이 무엇일까? 그 중에는 물론 뒤늦게 자신의 천부적 소질을 발견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자신의 연습량을 많이 늘렸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모름지기 어떤 일을 시작할 때에는 한 번 깊이 빠져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을 때, 젊은 날 뭔가에 아름답게 미쳐서 살았던, 그렇게도 열정적이었던 추억 하나도 회상할 거리 없다면, 주름진 이마 위로 흐르는 노을 풍경이 더 을씨년스럽지 싶다.
젊은 날, 사랑에 깊이 빠져보지 못한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을 때까지 평생 사랑을 추구하며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늦바람이 나면 패가망신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이 달리기에 미치면 좋은 일만 계속 생기는 것 같다. 점점 달리기의 마력에 이끌려들면서 기록도 빨라지며, 건강해지며, 매사에 자신감이 붙는다. 백해무익하다는 담배도 끊을 수 있고 술도 끊을 수 있어 가족의 건강까지도 챙길 수 있다. 심지어 자동차와 집이 청결해지며 밝아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며, 자연스레 좋은 친구도 얻을 수 있다. 운동하는 사람은 정치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남을 헐뜯는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자연스레 운동복을 직접 세탁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내의 힘을 덜어 주고 이해하게도 되고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고 늠름한 아버지로 존경받을 수 있다. 물론 아내로부터는 전보다 더 많은 사랑도 받을 수 있으니, 도대체 몇 가지가 좋은가? 급기야는 가족이 더욱 화목해지고 집안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금 당장 신발 끈을 동여 메고 밖으로 나가 달리자. 나의 그간 나태를 끊고 나쁜 유혹을 끊고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리고 밝게 힘차게 달려나가면 주변의 새 소리도 들리고 물소리도 들리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들리고 웃음소리도 많이 들을 수 있다. 꽃을 즐기고 온갖 종류의 열매를 볼 수 있으며 나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자신과의 은밀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의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신체능력의 25퍼센트를 겨우 쓰기도 어렵다고 한다. 다시 말해, 웬만한 사람들의 건강은 별 문제가 없는데도 몸을 너무 위축시켜서 자신의 기를 죽이고 급기야는 자신의 신체에 끌려 다니다가 생을 마친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의 건강을 의심할수록 밖으로 나가 달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자신의 건강을 미력하나마 체크할 수 있고 큰 병을 미리 막을 수 있지 않는가? 모든 운동의 시작이 달리기이며 귀결점이 또한 달리기라는 생각에는 모두가 이의를 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하면 병원의 의사에게 갈 필요가 없고 자신이 즐기면서 건강을 체크 할 수 있으니 비용도 줄이고 기분도 좋고 자기중심으로 시간도 잘 쓸 수 있으니 어디 나쁠 것이 없다.

 외람(猥濫)되지만,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했지만, 아직까지 대회에서 중간에 포기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게도 그 날의 컨디션이 다를 수 있고 운동조건이 받쳐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나는 즐겁게 완주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 수 있어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어 무리하거나 기록에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지금 바로 늦지 않다. 또 다른 새로운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 집 앞 공터도 좋고 학교운동장도 좋고 인근 공원도 좋고 한적한 도로도 좋다. 혼자 뛰어도 좋고, 아내와도 좋고 친구도 좋다. 강아지도 좋고 그 어떤 누구도 좋다. 음악을 들으며 달려도 되고 가끔 걸어도 되고 힘들면 달리다가 벤치에 앉았다가 가도 된다.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고 달리다가 집으로 혼자 털래털래 돌아가도 된다. 복장도 아무 관계없다. 다만, 신발에 조금 신경 쓰면 된다. 달릴 때의 체중 무게로 인한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신발, 즉 마라톤화 정도에 좀 투자하면 된다. 그런 마라톤화를 신으면 그만큼 폼 나게(좀 비쌀수록) 달릴 수 있다.

 1997년 아프리카 적도에 위치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와서까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원초적인 아침 햇살 아래 숙소 앰버서더 호텔 주변을 맨발로 조깅하는 서양여자를 보고 나는 그 때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달리는 여자, 건강한 호흡으로 햇살을 밟으며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그 여자가 내겐 최고의 미인이었다.
지금 바로 달리자.

대구마라톤클럽 '달리는 화가'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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