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3    업데이트: 12-05-13 22:59

CBS 수요 에세이

아주 특별한 여행
강문숙 | 조회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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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여행

 

 

 

저는 오늘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납니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너무 눈부셔서, 나뭇잎들이 제바람에 얼굴을 붉히기도 하네요.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어디든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이기도 합니다.

이런 날의 여행에는 관광버스가 제격이죠.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릴 때, 그리고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릴 때, 멀리서 보면 그 하나로도 가을 풍경이 되기에 충분하거든요. 별일 아닌 일에 까르르 넘어가기도 하고, 가끔 흘러간 가요에 맞춰 흥얼거려도 좋지요.

제가 타고 있는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려, 남해 바닷가 마을 어느 작은 교회에 당도할 것입니다. 그곳에는 아마도, 멀리서 달려오는 파도와 은빛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바닷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기쁜 우리 형제들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오늘은 제가 섬기는 신창교회와 전라남도 회천에 있는 교회가 자매결연을 맺은지 10주년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찬양과 말씀을 준비하여 축하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랍니다. 이 작은 교회들이 10년 전에 벌써 지역감정을 뛰어넘고 영호남 교류를 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합니다.

함께 가는 우리들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부모님 같으신 어르신들, 그리고 저처럼 잔소리 입에 달고 사는 엄마 집사님들, 게다가 너무 사랑스러워 엉덩이라도 툭툭 두드려주고 싶은 청년대학부 찬양팀이 함께 하니 그야말로 삼대가 함께 떠나는 여행이나 다름없지요.

네 시간 남짓 달려가는 동안 우리는,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다가, 가끔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마음을 읽기도 하겠지요. 좀 일찍 떠나온 탓에 의자 깊숙이 꽂혀서 잠을 자고 있는 얼굴에 커튼을 내려 햇살을 가려주기도 할겁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차창 밖을 보라고, 들판이 벌써 저렇게 황금빛으로 물들었다고, 저기 저 마을은 꼭 내 고향 풍경을 닮았다고 소리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모두들 단풍잎 같은 얼굴을 창유리에 갖다대며 ‘정말 그러네~’ 하며 맞장구를 치겠지요.

 

‘여행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저는 가끔 시를 통해서 이야기합니다. 지나간 시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오늘 우리의 여행도 둥근 시간의 트랙을 돌고 돌아, 물리적인 공간으로는 돌아오겠지만, 처음의 그 자리는 아닌 거죠. 우리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언제나 함께 동행하시는 주님을 만나고, 우리들 영혼의 키가 한 뼘은 더 자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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