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3    업데이트: 12-05-13 22:59

CBS 수요 에세이

이 아침의 기도
강문숙 | 조회 850

<19>

이 아침의 기도

 

 

-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사, 사람으로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구약성서 전도서에 있는 이 말씀으로 오늘 하루를 열어봅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행복한 일보다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일들이 더 많습니다. 작게는 사소한 일상의 일들에서 지치고 힘들 때도 있고, 크게는 병이 들거나 사고로 인해 목숨까지도 위협을 당하는 괴로운 시간도 있지요.

그러한 특별한 일이 없다해도, 우리 곁에는 늘 기쁨과 슬픔이, 또는 행복과 불행이 교차되는 순간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느끼지 못할 뿐이지 그것은 우리와 함께 숨쉬며 선택의 순간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태풍 ‘매미’가 우리들에게 엄청난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집을 잃고, 가족을 앗아가고, 일년동안 피땀 흘려 지은 농사가 물에 잠기고, 생업을 잇던 일터가 무너졌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라는 말밖에는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천재지변이었지요. 내가 무사하니 감사하다는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곤고한 날에는 슬퍼하라’고 하신 게 아니라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는 그 말씀이 왜 이렇게 자꾸 가슴에 남는지 모르겠습니다. 슬픔을 당했을 때 슬퍼한다는 건 결과론적이지만, ‘생각한다’는 건 아주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요. 그 생각 속에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반성 내지는 분석하는 뜻도 포함되어 있고, 아주 중요한 의미 중에 하나는 반드시 ‘그것이 다 가 아니’라 미래가 열려 있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절망 뒤에는 반드시 어떤 희망의 약속을 주신다는 뜻이 아닐까요.

 

우리가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겸손한 인간의 참모습으로 돌아가, 위로하며 함께 땀흘려 복구하는 ‘사랑’이 회복되어지는 그 때, 잃어버린 것 보다 더 몇 백 배의 소망이 우리에게 찾아올 줄 믿습니다.

가을은 기도하는 계절이라고 시인들은 노래합니다. 낙엽 지는 소리에도 겸허해지는 계절이지요. 슬픔을 당한 이웃에게 하나님의 자비가 내리시기를 이 아침에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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