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3    업데이트: 12-05-13 22:59

CBS 수요 에세이

9월이 오는 소리
강문숙 | 조회 841

<16>

9월이 오는 소리

 

가을

- 강 문 숙

 

세상 모든 흔들리는 것들로부터 가을은 오네

마당가의 저 나무 흔들리므로 아름답네

한때는 온갖 새들 둥지를 틀고

그 그늘 아래 크고 작은 풀꽃들 피어 있었네

나무는 흔들리면서 생각하네

이 다음엔 더 큰 그늘을 만들어야 할 텐데...

괴로움의 시절 닥쳐오기 전에

시린 뿌리를 위하여

잎들을 떨어뜨려 덮어주네

나뭇잎들은 또 제몸을 던지며 붉어지네

 

-그것은 사랑이야, 꺼지지 않는 목숨이야

 

바람이 중얼중얼 경전을 외우며 지나가네

흔들리자, 세차게 흔들릴수록 무성한 날이 오겠지

나무의 기쁨이 하늘을 덮네

오래된 저 나무, 흔들리므로 더욱 아름답네

 

 

벌써 9월입니다. 어느 가수는 9월이 오는 길목에서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애잔한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그 꽃잎이 지는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야 하는 소릴 겁니다.

그러나 떨어지는 잎새의 소리를 듣기에 우린, 너무 멀리 있었고 분주했습니다.

너무 화려했고, 너무 넘쳐 났고, 비교하느라 너무 지쳤고, 때로 너무 슬펐습니다.

내 목소리는 너무 커서 이웃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알지 못했고, 나의 귀는 너무 엷어서 늘 시끄러웠습니다.

이제 그러한 시간들을 조용히 잠재우며, 진정으로 침묵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가을이 오면, 왜 모든 열매들이 고개를 숙이는지...

왜 저 나뭇잎들은 붉게 물드는지, 물들며 떨어져서 하필이면 왜 제 뿌리를 덮는지...

왜 그 모습들이 하나같이 말씀과 닮아 있는지...

왜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자연을 통해서 생각하게 하는 계절입니다.

가을은 ‘영혼의 소리’를 듣는 계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성과 소멸, 그 끝없는 생명의 연결고리는 분명 사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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