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3    업데이트: 12-05-13 22:59

CBS 수요 에세이

세 가지 부호
강문숙 | 조회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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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부호

 

 

현대인이 잃어가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감동’ 이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웬만한 일에는 별로 자극을 받지도 않기 때문에 감성 부재의 시대라고나 할까요. 경제발전에 치우치다가 뒤늦게 EQ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죠. 더구나 학습되어지는 일은 더더욱 아니구요.

 

요즘은 TV나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는 일이 드물지만, 저희 세대만 하더라도 눈물과 웃음은 감정의 일차적인 징후이면서도 가장 근원적인 자기 표현에 다름 아니었지요.

 

소녀들은 ‘가랑잎이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다’고 하였고 , ’눈물은 가장 투명한 언어‘라고 시인들은 노래했습니다. 아마도 요즘에는 가랑잎이 굴러간다고 까르르 웃으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고, 눈물을 흘리면 나약한 패배자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간직해야할 <세 가지 부호>에 대해서 결혼을 앞둔 제게 들려주신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 납니다.

어릴 때부터 매사에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일수록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므로 첫째는 물음표<?>를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시며, 학교 가는 아이의 등뒤에다 대고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하는 한국어머니들과는 달리, ‘질문을 많이 하거라’ 하고 말하는 유태인 어머니의 이야기도 하셨지요.

 

그리고 그 다음 청소년기에는 느낌표<!>를 가슴에 품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웃의 슬픔도 헤아릴 줄 알고 기쁨도 나눌 수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삭막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이 강팍해지지 않고, 사랑할 줄 알게 된다는 것이죠. 양지뜸에 겨우 비집고 올라와 꽃을 피우는 작은 풀꽃 한 포기에서도 겸손을 배울 수 있는 딸이 되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구요.

 

그런 후에 이런저런 삶을 끌고 한 평생을 살다가 마지막 하나님이 부르실 때 종지부<.>를 잘 찍어야 한다고 하시며, 당신께서도, 순서 바뀌는 일없이 차례걸음으로 하나님 앞에 가는 것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 나이에 이르렀다는 말씀으로 마무리 하셨습니다.

 

이 세 가지 부호는 제게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데 밑그림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틀림없이 훗날 저는 결혼을 앞둔 딸아이에게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이 말을 전할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 속에 사셨던 외할머니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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