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3    업데이트: 12-05-13 22:59

CBS 수요 에세이

나는 그 웃음소리가 그립다
강문숙 | 조회 826

<13>

나는 그 웃음소리가 그립다

 

 

저는 가끔 정말로 그리워지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어린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지요. 피아노 건반의 ‘라’음처럼, 너무 낮아 어둡지 않고,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가벼워서 조금 높은 듯한 그런 웃음소리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점점 웃음을 잃어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탄식과 불평과, 절망의 한숨소리가 더 많이 나오게 만드는 삭막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요. 더구나 요즘 에는 울음소리가 그칠 날이 없는 참혹한 일들을 당하며, 진정으로 우리는 대구를 위해 기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흔히 그 사람의 얼굴표정을 보면 살아온 세월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나이 들어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을 좋게 이야기해 ‘훈장’이라고들 하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가로주름과, 상대방을 불편하고 어렵게 만드는 세로주름이 있다고 하죠.

지금 우리의 표정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느끼는 공통점이 우리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며 아주 당황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일은 따로 있습니다.

<한국인의 무표정을 성난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라. 그보다는 그들이 웃을 때 오히려 주의하라. 왜냐하면 그들은 아쉬운 소리를 할 때나, 무언가를 감추려할 때 틀림없이 웃기 때문이다>이렇게 말할 정도라니 정말 문제지요. 극단적인 이야기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일면을 꼬집은 것 같아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웃거나 웃지 않거나 간에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게 미덕인 우리네 정서, 더구나 솔직한 감정 표현을 경박스러움으로까지 몰고 가는 우리 대구의 지역성과 맞물려 지금 우리 표정은 더욱 굳어져 보입니다. 생각해보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라는 속담의 더 깊은 속뜻은 웃음 뒤에는 아름다운 심성이 깃들여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겠지요.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여유 있는 품성, 또 우리 사는 세상을 긍적적으로 바라본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웃음은 해로운 감정으로 인해 병을 일으키는 것을 막아주는 ‘방탄조끼’ 같은 것이라고 의학자들은 말합니다. 오늘은 모처럼 여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며 밝은 웃음으로 하루의 창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 웃음소리를 따라 좋은 일들이 생길지도 모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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