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3    업데이트: 12-05-13 22:59

CBS 수요 에세이

행복이라는 말...
강문숙 | 조회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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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말...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욕망이기 이전에 본능인지도 모릅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심신의 욕구가 충족되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정의합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라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 행복이라는 말은 지극히 관념적인 것이어서 눈으로 확인되어지거나 손을 뻗쳐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다만 각기 제 마음속으로 느낄 때라야만 수긍되는 것이어서 그 척도는 다분히 주관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행복의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것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물질의 풍요나 명예 또는 외적인 조건이 그것을 대변할 수 없다는 말은 언제나 타당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때로 우리를 배반하지요. 단칸방에 살면서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수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입니다. 온몸에 화상을 입고 일그러진 얼굴의 소녀가 ‘나는 지금 행복해요’ 하는 말을, 어떤 사람들은 자기 위안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말이 진심이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 쉽고도 어려운, 귀하고도 평범한 행복의 실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독실한 크리스챤이기도 했던,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는 <행복이란 점점 소망에의 충족이 아니라 자신의 실체와 욕망이 가장 가까워지는 상태, 즉 진정한 자기를 찾는 그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여행 중에 경주 안압지를 둘러보았습니다. 푸른 수목에 가리워진 채,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을 큰 입으로 받아먹고 있는 안압지. 신라 천년의 영화를 짐작케 했지만, 연두색 녹조가 끼어 그 밑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지경으로 혼탁해진 것을 아쉬워하는데,

저쪽 푸른 잔디밭에 허리를 구부리고 무언가 열심히 찾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토끼풀 군락지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더군요. 어쩌다 한줄기 찾은 사람을 환호성을 지르며 금방이라도 행운이 찾아올 듯 기뻐합니다.

 

토끼풀 세잎은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오직 그 한 개의 ‘행운’을 찾기 위해 수많은 ‘행복’을 무심히 지나치거나 짓밟은 셈이 됩니다.

행복은 지금, 바로 우리 곁에서, 이 순간에도, 우리가 손 내밀고 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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