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    업데이트: 12-05-13 22:49

시인협회수상자특집

왜가리, 외다리로 서다
강문숙 | 조회 892
왜가리, 외다리로 서다

강문숙

늦은 추수 끝나고,
농부들도 돌아간 빈 들판

홀로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저 수도승

상한 부리를 제 날갯죽지에 파묻고
왜가리는 외다리로 서 있다

세상 바라보는 일
한쪽을 포기하지 않으면
전부가 무너지는 것

그 엄격함으로, 새는투명한 정신의 깃을 세운다
노란 산수유 같은 아이들, 눈 비비며

길 밖으로 번져 흐른다.

좀처럼 깨어나질 않는 침침한 골목길,

한 무리 아이들이 재재거리며 지나가고

비로소 아침은 햇살 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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