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    업데이트: 12-05-13 22:49

시인협회수상자특집

<수상소감>
강문숙 | 조회 826

<수상소감>

 

문학의 길에 입문한지 20년, 최고의 시인들이 사는 대구에서 무엇보다 의미 있고 귀한 상을 주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동안 저의 고통스럽고도 즐거웠던 비명(?)을 무던히도 지켜보아주시던 선후배님들의 시선은 참 따스하고도 깊었음을 먼저 생각합니다.

등단 4년 만에 첫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을 출간하면서 저는 말했습니다.

‘자꾸 붉어지는 마음 감추며 첫 시집을 내보낸다. 오래 그리워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그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작은 피라미들이 거슬러 올라간 강기슭에도 부디 나의 푸른 숲이 무성해지기를. 언젠가는 성어가 되어 등 비늘 번쩍이며 돌아와 그물에 가득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늘 목마르고 뜨겁게 시를 향해 가던 어느 날 내 인생의 가장 고통스런 순간을 맞으면서 시간의 기적을 경험했던 즈음에 두 번째 시집 <탁자 위의 사막>을 지나, 이번 수상 시집인 <따뜻한 종이컵>을 출간하면서 여전히, ‘자꾸 붉어지는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등 비늘 번쩍이며 돌아와 그물에 가득한 성어를 기다리는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니 내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여전합니다.

시를 쓰면서 나는 때로 내 삶에의 열정만큼 시가 나를 충일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아프게 느낀 적이 있습니다. 삶은 누구에겐가 무심코 던져진 것이 아니라 가장 고귀한 신의 선물이기 때문에 삶을 뒤로한 채 시를 살아가기란 불가능하기도 하겠거니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절망의 깊은 골짜기에서 올려다본 한 송이 들꽃을 노래하는 것보다 희망을 찾아 다시 무릎이 헤지도록 기어서 올라가는 일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시는 나의 그 순간을 기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정말 훌륭한 것이었고, 아름다운 일이었기에 삶을 더욱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나는 살아 있다는 것보다 더 감동적인 시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삶 앞에서 겸허한 시를 쓰려고 했습니다.

다만 의심할 여지없이 고통으로 빛나던 그 시간들은 내 시의 뒷심이었기에 이젠 나의 이 시가 누군가를 다독거려 주고 위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생(生)은 눈물겹도록 따스하고, 산다는 게 가장 진실한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더욱 정진하여 참 시인의 길을 갈 것을 약속드리며, 다시 한 번 심사위원 선생님 그리고 선후배 시인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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