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    업데이트: 12-05-13 22:49

시인협회수상자특집

섬 풀처럼 말에도
강문숙 | 조회 905

섬 풀처럼 말에도

 

 

‘방아섬에 방아가 없다’ 말하면

누군가 또 그 말장난이냐 하겠지요

 

살 도타운 섬 풀처럼 말에도

내 정신의 비장함이 늑골마다 서려 있어

한 걸음 대딛을 때마다 섬의 관절들이 삐걱거려선

기대했던 참 뜨거운 소리 아니라고 투덜거리는

나는, 말로 바다를 만나려고 했나봅니다

 

(하필, 오래 별러왔던 봄 여행이 방아섬이어서 달이 뜨면 불끈 솟아오르는 큰 섬 작은 섬들 불러내 땀나게 쿵덕쿵덕 방아질하는 그 소릴 들었으면 했을 뿐, 그러다가 끝내는 나도 홧홧해지고 싶었을 뿐)

 

말을 버리자,

 

반쯤 얼굴 가린 달이 바다의 둥근 젖가슴을 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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