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풀처럼 말에도
‘방아섬에 방아가 없다’ 말하면
누군가 또 그 말장난이냐 하겠지요
살 도타운 섬 풀처럼 말에도
내 정신의 비장함이 늑골마다 서려 있어
한 걸음 대딛을 때마다 섬의 관절들이 삐걱거려선
기대했던 참 뜨거운 소리 아니라고 투덜거리는
나는, 말로 바다를 만나려고 했나봅니다
(하필, 오래 별러왔던 봄 여행이 방아섬이어서 달이 뜨면 불끈 솟아오르는 큰 섬 작은 섬들 불러내 땀나게 쿵덕쿵덕 방아질하는 그 소릴 들었으면 했을 뿐, 그러다가 끝내는 나도 홧홧해지고 싶었을 뿐)
말을 버리자,
반쯤 얼굴 가린 달이 바다의 둥근 젖가슴을 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