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    업데이트: 12-05-13 22:49

시인협회수상자특집

부드러움에 대하여
강문숙 | 조회 726

부드러움에 대하여

 

 

안경을 잃어버렸다

 

안경을 끼지 않으니 보이는 것마다 번진다.

까칠하던 내 피부도 제법 고와 보인다.

내가 나에게 이쁘다고 칭찬 하다가

자주 부딪치던 모서리도 둥글게 쓰다듬어 준다.

 

뜨겁게 걸어 온 길마다 가시투성이었다.

그림자는 덮어주어야 할 것이 있어, 언제나

뒤에서 따라오는데

나는 앞만 보기에도 급급했다.

내가 나를 다그치니 세상이 늘 편치 않았지.

 

날카로운 나를 벗으니

아팠던 시간도 둥글게 휘어지며 흐른다.

 

나이 든 기억이란, 대체로 숨겨져 있던 을 꺼내

오래 따스하게 어루만져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어서

번지는 것에 대해 너그러워지려 하나

 

알고 보면 부드러움이란 만만한 게 아니다.

그 안에 잠복해 있는 수많은 들이

언제 또 튀어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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