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1    업데이트: 15-04-16 14:20

작 품 방

자 명 종
강문숙 | 조회 931
자 명 종

-강문숙-

오늘, 울지 않으리라
시간을 억지로 앞당겨 앉히는 일
미명에 선잠 터는 어린 잎들 깨우지 않으리라

뒤집어진다 제멋대로 구르는 톱니바퀴들
불에 덴듯, 책가방 김 서린 도시락가방 보조가방 서류가방
줄줄이,황급히,가방들이 문밖을 나선다.

문갑 위에, 장식용 도자기 하나
곧 분갈이를 해야 할 관음소심
소니 비디오 옆 파란 알약병이 있던 자리에
자명종이 무표정하게 입 다물고 앉아 있다.

오늘아침, 너 왜 울지 않았니
아니,왜 소리치지 않았니
한순간의 목울음으로 아침이 오고
온몸 찌르르 비명을 질러댈 때, 너 싫었니

엄지나 검지를 더듬어, 누군가
치부인 듯 네 배꼽을 누르고
창문 뒤에 숨어 있던 어둠, 방마다 느긋한 게으름의
냄새, 저희들끼리 기댄채 고요하던 책들
흐트러진 시간 속으로 뒤섞이는 것
견딜 수 없었니, 그랬었니

자명종에게 물어 보라
모두 잠 깬 뒤에 툭,툭
치고 자나가는 손길 곱지 않더라도
네 정말 깨워야 할 것이 아직 남아 있지나 않았는지
내 정신의 푸른 잠을 깨워 줄
자명종, 너무 오랜 침묵 속에 잠겨 있지나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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