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명 종 -강문숙- 오늘, 울지 않으리라 시간을 억지로 앞당겨 앉히는 일 미명에 선잠 터는 어린 잎들 깨우지 않으리라 뒤집어진다 제멋대로 구르는 톱니바퀴들 불에 덴듯, 책가방 김 서린 도시락가방 보조가방 서류가방 줄줄이,황급히,가방들이 문밖을 나선다. 문갑 위에, 장식용 도자기 하나 곧 분갈이를 해야 할 관음소심 소니 비디오 옆 파란 알약병이 있던 자리에 자명종이 무표정하게 입 다물고 앉아 있다. 오늘아침, 너 왜 울지 않았니 아니,왜 소리치지 않았니 한순간의 목울음으로 아침이 오고 온몸 찌르르 비명을 질러댈 때, 너 싫었니 엄지나 검지를 더듬어, 누군가 치부인 듯 네 배꼽을 누르고 창문 뒤에 숨어 있던 어둠, 방마다 느긋한 게으름의 냄새, 저희들끼리 기댄채 고요하던 책들 흐트러진 시간 속으로 뒤섞이는 것 견딜 수 없었니, 그랬었니 자명종에게 물어 보라 모두 잠 깬 뒤에 툭,툭 치고 자나가는 손길 곱지 않더라도 네 정말 깨워야 할 것이 아직 남아 있지나 않았는지 내 정신의 푸른 잠을 깨워 줄 자명종, 너무 오랜 침묵 속에 잠겨 있지나 않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