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1    업데이트: 15-04-16 14:20

작 품 방

애오개* (재인에게)|
강문숙 | 조회 902

  아직 젖도 덜뗀 널 등에서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은, 어둠보다 내가 더 어두워져서 자꾸만 허방을 짚었다. 젖은 불어서 겨드랑이까지 푸른 힘줄이 뻗치고 바람 한 점 없는 거리, 딱딱한 얼굴을 가면처럼 달고 가는 사람들.  - 무서워요. 공기들이 내 온몸에 구멍을 뚫고 있어요. 겨우 걸엄마를 떼놓던 네가 소리친다. 갑자기 치맛단이 투두둑, 뜬어진다. 네가 붙잡는구나, 이것이 끝내 우는구나 돌아보니, 내가 내 발에 걸렸는지 우겨 넣고 있던 누추한 삶이 찣겨져 나오고 너는, 이미 저만치에서 줄무늬 원피스 팔랑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애오개

-강문숙-

무심히 지나칠수 없었다면, 먼저
애오개를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토록 가벼운 죽음을 본 적 있었던가
내 삶 어디에든 애장터 아닌 곳이 있었던가.
단숨에 넘어갈 수 없는,
오래 머물 수도 없는 애오개.
등창처럼 번지는 빌딩의 불빛들.
공중에 아기들의 말랑말랑한 혀 같은
달이 동그랗게 떠 있다

화면이 꺼지듯 점점 어두워지는
울음 삼킨 것들.

*애오개; 옛 애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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