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1    업데이트: 15-04-16 14:20

작 품 방

광 인
강문숙 | 조회 851

 

광 인

 

강문숙

 

   염천, 반월당 네거리를 건너던 사내 노란 오리털 파카, 어깨를 덮은 더러운 곱슬머리 입술 깨물듯 일그러진 등산화의 뒤축 아래 아스팔크 녹아 내린다. 헤이! 아가씨, 우리 같이 놀아 볼까?  

 

  꽃양산 속의 여자들 우르르 흩어지고 술래처럼 사내는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우익, 흰 장갑의 전경 달려온다.

가로수 잎들이 소스라친다. 사내를 에워싼 시간들이 맨홀에 빨려 들어간다. 분지는 불온한 표정으로 느리게 해체된다. 햇볕에 달아오른 저 무수한 심장들이 나무에 매달려 반짝인다

 

   무너뜨린 집들 위에 올라간 빌딩은 태연하다. 신호등 앞에 서 있던 사람들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차들이 멈춰서고 유유히 사라지는 저 사내의 모호한 쾌활과 우울. 미쳤군, 파란 불이 켜지자 혀를 끌끌차며 태연히 극점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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