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1    업데이트: 15-04-16 14:20

작 품 방

동성로에 가면
강문숙 | 조회 808

    

    동성로에 가면

 

                                               강문숙

 

불이 꺼지고 패션쇼가 시작되지.

거울속에 사람들이 뛰쳐나오는 거야.

어깨를 부딪치고 발등 밟아도 무게가 없지.

거미줄처럼 선과 선이 뒤엉켜

말들은 허공에뜨는 거야.

거울을 사이에 두고, 그림자와

그림자가 마주앉아 차를 마시기도 하지.

빌딩의 창가에는 종이꽃이 화병에 꽂혀

빨대로 물을 뱉어내고 있는 거야.

거울 속에 갖힌 채, 죽어갈수록

싱싱하게 핀다는걸 눈치채지 못하지.

햇빛이 경사로 흐르고 음지는 더욱 깊어져

거울은 점점 더 두꺼워지지.

거울은 그곳으로 들어오는 문이야.

물론 나가는 문이기도 하지만

한번도 나오는 사람은 보지 못했지.

패션쇼가 끝나면 사람들은

시민운동 궐기대회를 하지, 그건

거울 갈아 끼울 때가 되었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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