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1    업데이트: 15-04-16 14:20

작 품 방

외출
강문숙 | 조회 818

 

외   출

 

                                          강문숙

 

현관문을 잠근다, 미키마우스가 달린 열쇠고리를 신발장 둘째칸 낡은 구두 속에 던진다 수많은 길들에 시달려온 구두가 덥석 열쇠를 삼킨다 누군가 돌아와 열쇠를 꽂을 때까지 손잡이는 먼지들을 미끄러뜨리며 홀로 반짝일 것이 다 대문을 나선다, 가로수 넓은 잎들이 수런대고 길 위에 찍힌 수많은 자국들이 발등을 덮는다 아직 덮이지 않는것들로 마음은 견딜 만하여 짐짓 가벼운 걸음걸이를 흉내보는 오후, 한곳으로만 흘러가는 인파를 겨우 빠져나와 서점의 대형 유리진열대 앞을 기웃거린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처럼 작위적인 베스트셀러 코너, 1위, 2위, 3위.....위가 아픈지 속이 울렁거린다 구토하듯 빙딩의 회전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백화점의 문화 강좌는 언제나 초만원이다 끼리끼리 문화적으로 밥 먹고 쇼핑을 한다

 

바겐세일 플랜카드는 왜 붉은 색이어야 하나, 백화점 건물들이 선동적으로 치솟는다 붉은 구두가 딱딱거리며 지나간다 붉은 루즈의 입술이 쉴새없이 허공을 잘라먹는다. 물음표를 찍듯이 걸어온 길을 버린다 거슬러 갈 수는 없지만 저 들끓는 거리를 지나온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 한 뼘은 더 자란 키를 올려다보며 하루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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