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홍시 강문숙 폭우 통에 알맹이 듬성해진 감나무 종일 매미소리가 빈자리를 채운다. 그래도 검푸른 잎 기죽지 않는 건 그 나무 아래 평상을 깔고 삼십년 넘게 우릴 키워온 그늘 때문. 해가 갈수록 알이 작아지거나 식구가 줄어든 걸, 제속으로 삭이느라 감나무 둥치는 새까맣다/ 몇 개 남지 않은 감일수록 그 맛은 기막히게 달콤하다. 더운 여름날 오후 냉동실에서 언 홍시를 꺼내주시는 어머니. 꼭, 당신의 젖통 물리시듯 자랑스럽게, 흐뭇하게 의기양양하게. 노란 산수유 같은 아이들, 눈 비비며 길 밖으로 번져 흐른다. 좀처럼 깨어나질 않는 침침한 골목길, 한 무리 아이들이 재재거리며 지나가고 비로소 아침은 햇살 속에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