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1    업데이트: 15-04-16 14:20

작 품 방

여름 홍시
강문숙 | 조회 1,496
여름 홍시

강문숙

폭우 통에 알맹이 듬성해진 감나무
종일 매미소리가 빈자리를 채운다.
그래도 검푸른 잎 기죽지 않는 건
그 나무 아래 평상을 깔고
삼십년 넘게 우릴 키워온 그늘 때문.
해가 갈수록 알이 작아지거나
식구가 줄어든 걸, 제속으로 삭이느라
감나무 둥치는 새까맣다/

몇 개 남지 않은 감일수록
그 맛은 기막히게 달콤하다.
더운 여름날 오후 냉동실에서
언 홍시를 꺼내주시는 어머니.
꼭, 당신의 젖통 물리시듯
자랑스럽게, 흐뭇하게
의기양양하게.
노란 산수유 같은 아이들, 눈 비비며

길 밖으로 번져 흐른다.

좀처럼 깨어나질 않는 침침한 골목길,

한 무리 아이들이 재재거리며 지나가고

비로소 아침은 햇살 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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