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1    업데이트: 15-04-16 14:20

작 품 방

독감
강문숙 | 조회 761

 

                 독 감

 

                                               강문숙

 

나는 인플루엔자와 열애중이다.

눈에 뵈는게 없다, 활활

아예 살림방을 따로 차렸다. 밤새 시달린다

누가 나를 갉아먹고 있는지, 사각사각사각

 

배추벌레가 배추잎을 갉아먹듯

녹슨 시간들이 내 耳鳴의 귀 조각을 먹어치우듯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이파리들이 햇볕과 광합성을 일으키듯

 

숙제하다 말고

열에 들뜬 엄마 걱정하느라

이불깃을 만지작거리며

사각사각사각, 사각사각

딸들이 밤늦도록 소곤대고 있다.

나를 조금씩 떼어먹던 나의 애벌레들이.

이제 곧 껍데기인 나만 남겨두고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 버릴

고 이쁜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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