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8    업데이트: 24-02-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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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동 궁전맨션은 정 숙
관리자 | 조회 91
 
범어 로타리와 범어 숲 부근에 있다
 
집 안엔 별로 크지 않은 연못이 있어
 
여름이면 우렁각시 되고 싶어 하는 연
 
한여름 대낮에 벌, 나비를 불러
 
관능경을 펼치는 환희불 같은 연
 
들꽃 폐차장에서 밤 내
 
별들이 빛 굴리는 소리 듣고 있는 연
 
이슬방울로 백팔염주를 꿰고 있는 연
 
곧 사라질 목숨, 이슬방울을
 
햇살에 한 번 더 빛나도록
 
소중히 떠받들고 있는 보살 같은 연
 
빗물로 맑은 술 익혀
 
나그네에게 쪼르르 술 한 잔 따라 줄줄 아는
 
이러한 가슴속 숨은 연꽃들과 동거하고 있으니
 
나도 어느새 연이 되어
 
실한 연심의 연밥 몇 개는 여물고 있겠지?
 
조금 더 젖으면 연향이 솔솔 입김을 불어
 
그 사람을 불러 세워줄 수 있을까?
 
내 가슴 연못에서
 
시름없이 노 젓고 싶어 하도록
 
◇정인숙=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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