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정 숙

잠시 눈 뜨고, 감을 뿐인
한 생애
사랑을 위해 죽겠다는 일념으로
늦여름 제 몸 흙속에 파묻고, 숨어
사람들 가슴에 다홍빛깔 꽃무릇 피우더니

이제 겨울이 되어
그 꽃잎들 땅 속에 숨어들어가
뿌리의 힘까지 빌어가며
죽을 각오로 잎을 밀어 올린다






죽는 것이 곧 사는 길이라는
삶과 죽음의 묵은 장을 펼치는
눈 덮인 들판의 푸른 경전, 시퍼렇다 못해
처절하다

꽃무릇 꽃과
진초록, 갈맷빛 이파리들이 서로 주고받는
삶의 무게, 또한
감당할 수 없는 희열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