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 로타리와 범어 숲 부근에 있다
집 안엔 별로 크지 않은 연못이 있어
여름이면 우렁각시 되고 싶어 하는 연
한여름 대낮에 벌, 나비를 불러
관능경을 펼치는 환희불 같은 연
들꽃 폐차장에서 밤 내
별들이 빛 굴리는 소리 듣고 있는 연
이슬방울로 백팔염주를 꿰고 있는 연
곧 사라질 목숨, 이슬방울을
햇살에 한 번 더 빛나도록
소중히 떠받들고 있는 보살 같은 연
빗물로 맑은 술 익혀
나그네에게 쪼르르 술 한 잔 따라 줄줄 아는
이러한 가슴속 숨은 연꽃들과 동거하고 있으니
나도 어느새 연이 되어
실한 연심의 연밥 몇 개는 여물고 있겠지?
조금 더 젖으면 연향이 솔솔 입김을 불어
그 사람을 불러 세워줄 수 있을까?
내 가슴 연못에서
시름없이 노 젓고 싶어 하도록
◇정인숙=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