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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4-02-24 12:05
정숙, 「호작질, 횡설수설하다」전문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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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폭우가 쏟아지는데
태양이 떠오른다
빗줄기 사이로 비칠락 말락 하는 가녀린
햇살 한 가닥 잡으려는 웃음, 색칠한다
물감이 번져내려 함부로 흐트러진
광기의 눈빛
그 색조는 검으면서도 새하얗다
뺨과 입술은 다홍빛이지만
금세 흘러내리면서 핏물 같은
얼룩으로 번진다
창 바깥은 이팝 꽃가루 흩날리는 오월
코로나19의 사십 일째
나는 그 무게에 가지 부러진 설해목
내 호작질은 자가 격리하느라
다시 횡설수설이다
두꺼운 한지, 먹물붓질이 미친 듯 거칠다
마중물이 될 햇살 한 줄기 남겨둔 채
화폭 전체가 깜깜하다
- 정숙, 「호작질, 횡설수설하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