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무대 36
이름 없는 시인들의 등 뒤에
별빛, 햇빛, 달빛 비춰주느라
하이에나에 쫒기 듯
큰 그림 전차에 급히 타시더니
기어이 하차 하셨나요
山史선생님!
남은 인생무대 위
백열등 환히 켜 놓은 채 가셨으나
처용아내의 연못은
아직도 어둡고 시린 봄밤이랍니다
눈발이 처용무에 펄펄 내려앉아
설해목을 그리고 있습니다
눈은 쌓이고 쌓여 녹을 줄 모르고
붓은, 먹물만 뚝뚝 삼키고 있습니다
연기 대상
ㅡ 가설무대34
한 많은 무대에서 내려갈 시간
시, 시, 각, 각 다가오는데
그동안 맡은 역에 충실했다고
누가 한 상을 차려주겠는가
제 딴엔 연기를 맛깔나게 한다고
풋울음 잡는다고 하이디도 봉선이도
맏며느리, 엄마, 딸의 연기하느라
때론 헐크가 되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이 되어
어둠의 간을 씹기도 하고
의무감에 등 떠미는 보살도 찾아갔다
징도 나를 세차게 두드렸는데 투덜투덜
눈 감고 있다가 다시 떠보니
파도에 휩쓸리다 모서리 닳아버린
몽돌들, 옹기종기 등을 부비고 있었다
지금 동글어진 돌들 나비를 기다리고 있다
저들이 꿈꾸는 나비의 흰 날개는
깎아내리기만 했던 그 냉혹, 차버리고
가벼이 훨훨 날아갈 수 있을까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신처용가><위기의 꽃><불의 눈빛><영상시집><바람다비제>유배시편>시집 [DVD] 출간<시선집-돛대도 아니 달고><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전자시집<그가 날 흐느끼게 하네><한국대표서정시100인선,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연인,있어요>
2010, 1월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2015년 12월 23일 대구시인 협회상 수상
2023, 이육사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2023, 이상화 기념사업회 이사, 편집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