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5    업데이트: 24-03-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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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춤, 처용무를 찾아/ 정숙 시인 [시산맥] 23, 봄
아트코리아 | 조회 385


어머니의 춤, 처용무를 찾아





처용무

ㅡ정 숙



얼쑤!

물렀거라

너, 코비드

처용아내 나가신다

어서 신 코를 매어라



시집이란 벽에 먹혀버린 한 여자, 허둥지둥 온 식구를 위해 마치 승무처럼 춤추며 기도하며 징을 치고 있는 줄 모르고 사람들은 처용아내가 겨우 저 아라비아 숫자에 먹히고 있으면서 해와 달이 하늘을 열고 닫는 춤사위에 꼼짝없이 조종당하는 달력 위 숫자들의 마리오네뜨 같다며 여자의 하루하루가 꽹과리 소리처럼 요란스럽다며 수군대기도 했었다.

백서른 평 적산가옥을 거의 날마다 펌프질로 마당 씻고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그리고 시동생과 시누이들 4대의 가정부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한 집에서 지지고 볶는 일은, 이제사 삶의 뒤란에 앉아 돌아보면 그 무게 이겨내려 웃으며 장구치고 북 치는 일은 차라리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른들 돌아가시고 삼십 년 시집살이 끝났다고 웃을 일이 아니었다. 막상 내 자녀 내 남편의 앞날에 닥친 어려움들 의논 상대도 없어 종일 징소리 들어가며 기도하는 일, 어머니의 춤, 모무라며 호작질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으니 필자는 母舞라 하니 고 문 인수 선생님은 처용무라고 고집하시고

그러고 보니 백수를 지키신 어머니, 이 봉화 여사도 외딴 과수원 일꾼 구하느라 마을로 요령소리 요란하게 오르내리신 것도 가정을 지키기 위한 춤을 추셨던 것이다. 처용아내가 추는 처용무를

참고로 명당자리인 줄 알았던 시할머니의 무덤 관 속에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니,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이라더니 어쨌거나 이제 좋은 자리로 모두 옮겼으니 더 이상 어둠 속에서 부르는 징소리 사라지겠지? 간절히 기도 드릴 뿐, 필자는 아무런 힘이 없다. 미친 듯 호작질하며 기도 핑계로 그냥 춤에 붙잡히는 수밖에



정숙 시인



본명 정 인 숙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2010, 1월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

2015년 12월 23일 대구시인 협회상 수상

<신처용가>1996 <위기의 꽃>2002 <불의 눈빛>2006 <영상시집>2005<바람다비제>2009 <유배시편>시집 2011과 [DVD] 출간 2012<시선집-돛대도 아니 달고> 제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5 전자시집 <그가 날 흐느끼게 하네><한국대표서정시100인선,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9) <연인, 있어요>(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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