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8    업데이트: 24-01-04 21:17

유배시편

넝마 아리랑 --유배 시편 12
아트코리아 | 조회 356
넝마 아리랑 

--유배 시편 12


일개미에게 공손히 절 하는가
90도로 허리 굽히는 한 할머니
빈 깡통 종이 박스에 담긴
헛바람, 헛꿈을 꾹꾹 눌러 단단히 묶는다

육신의 짐에 파묻혀 리어카를 밀고 가는
그 깜깜한 밤을 노을이 천천히 끌고 간다

시간 밥줄은 달동네 판잣집에서도
허리 제대로 펴지 못하고
끙, 끙 아리랑 고개 아라리오 넘어간다

어린 손자의 밥통 살리려 일평생 고된
그 일이, 버려진 목숨 거듭나게 하는
소중한 일인 것을

아흔이 다 되어도
굽은 허리의 숨은 그 힘 깨닫지 못한 채
넝마 아리랑 고개, 고개를 넘어간다


2011, 서정 경남문학 발표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