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    업데이트: 21-03-23 14:32

불의 눈빛

정 숙의 시 행복, 신남해금산,봄바람과 깔깔춤,놈,놈, 청바지
관리자 | 조회 361
행복1


온기 남아있는 가슴 언저리
도톰한 내 흔적 꼬옥 부여잡고 있는
모닝커피 잔

방금 마신 그의 향 음미하며
짜릿한, 그 상처 즐기는

빠알갛게 부푼
내 입술


시와시와 2013, 12월



        신 남해금산
                  -사력질 29

남해금산 돌 속에 그 여자가, 내가 잠들었다고 그는 투정이네*

해돋이 모르는 그대 미적지근한 가슴속 차라리 살 떨리도록
캄캄한 바위였어라

금빛 물결 후려치던 짧은 한 생애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던
사나이 중의 사나이, 그의 타오르는 눈빛 아니면

산이 무너져도 난 기꺼이 석녀가 되어, 그 분의 포효 살아 춤추는
저 관음포 파도 안는 꿈 미치도록 사랑하겠네

*이성복의 남해금산 중에서

        

시인플러스 가을



봄바람과 깔깔 춤 그 사이에서
-사력질 28


뻐덩뻐덩한 나무토막, 내 몸을
카바레 물 찬 제비는 모란 꽃봉오리 쓰다듬는
봄바람처럼 손가락 눈짓으로
제 숨결 가까이 당겼다가 놓는다
가슴과 가슴 사이 불꽃을 화르르 태우다가  
꺼질듯 길을 잃다가
하루살이 한 생을 잊어버리기 위해
지르박은 더 흐드러지게 피려 안간힘을 쓴다
실은 흐드러지면서 져야하는 남은 시간
뽕짝리듬 사타구니 사이로 숨긴다
숨긴다고 그 한숨소리 들리지 않으랴만
못 듣는 척 웃는다 까르르, 깔, 깔
바람손길은 웃음 속 공허를 눈치 차렸는지
내 몸을 숨차게 휘익 연달아 두 바퀴 돌린다
그 공회전 속 아흔 여덟의 한 생이 오버랩 된다
수면제 사 모으는 노모의 어둠 골짜기에 갇힌다
“딸아, 하루가 너무 길구나
민들레 차 한 모금 마시는 사이*
하루가
한 생이 간다고 아까워 마라”

* 정 숙의 유배시편에서

시인플러스






놈, 놈,


무엇을 찾고 있는가
시시각각 삽질을 하는 척이라도 해야
내 웅덩이가 고요하다
바다도 연못도 못 되는
내 사유의 찌꺼기들이 고인 곳
삽질은 부지런히 하는데
한 치 이상 더 파들어 가지 못하니
사람의 마음속에도
깊은 파문을 일으키지 못 한다
그래도 삽질을 해야 하나니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놈, 놈, 그 놈의
소 심줄보다 더 질긴 잔소리
시의 그 소리


문학공간





청바지


예순도 반이 지나 이제 처음 입어본다. 허벅지에 모무母舞를 휘젓듯 그려 넣고
봄밤! 글자도 삐딱하게 두 개의 ㅂ잔끼리 입술 마주치는 형상으로 의기양양하다.
쌍스럽다며 순정을 끝까지 고집 부려볼 작정 이었는데 왜 이제 이 나이에
자신이 생긴 걸까?

하필 그 날 어느 행사에 문무학 시조 시인이 무대 위에 청바지를 입고 나와서
시가 무엇이냐? 는 질문에 시는 청바지라고 하였다. 그래 저 자신감! 시는
내게 자신감을 주었었지. 감히 처용아내라며 세상을 휘젓고 다녔었지

처용아내, 그녀는 바람쟁이가 아니라며
바람을 피웠다면 이유가 있을 거라고.
현모양처가 꿈이라며
시집이란 늪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만 내려 보다가
이게 웬 눈 튀어나올 사단인가?

문학공간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