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0    업데이트: 24-01-17 11:10

위기의 꽃

흰 소의 울음징채를 찾아
정숙 | 조회 1,144

딸아, 네 몸도 마음도 다 징이니라

한 번 울 때마다 둔탁한 쉰 소리지만
그 날갯죽지엔
잠든 귀신도 깨울 수 있는 울림의
흰 그늘이 서려 있단다

살다보면
수많은 징채들이 네 가슴 두드릴 것이니
봄눈을 이기려는 매화 매운 향이
낙엽까지 휩쓸어가려는 높새바람의 춤이
한파를 못 견디는 설해목의 목 꺾는 울음소리가

이 모든 바람의 징채들이 너를 칠 것이나
그렇다고 자주 울어서는 안 되느니라
참고 웃다가 정말로 가슴이 미어터질 때
그럴 때만 울어라, 단지 울고 울어
네 흐느낌 슬픔의 밑뿌리까지 적시도록
징채의 무게 탓하지 말고
네 떨림의 소리그늘이 퍼져나가도록

눈 내리는 이 밤, 아버지
그 말씀의 거북징채가 새삼 저를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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