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네 몸도 마음도 다 징이니라 한 번 울 때마다 둔탁한 쉰 소리지만 그 날갯죽지엔 잠든 귀신도 깨울 수 있는 울림의 흰 그늘이 서려 있단다 살다보면 수많은 징채들이 네 가슴 두드릴 것이니 봄눈을 이기려는 매화 매운 향이 낙엽까지 휩쓸어가려는 높새바람의 춤이 한파를 못 견디는 설해목의 목 꺾는 울음소리가 이 모든 바람의 징채들이 너를 칠 것이나 그렇다고 자주 울어서는 안 되느니라 참고 웃다가 정말로 가슴이 미어터질 때 그럴 때만 울어라, 단지 울고 울어 네 흐느낌 슬픔의 밑뿌리까지 적시도록 징채의 무게 탓하지 말고 네 떨림의 소리그늘이 퍼져나가도록 눈 내리는 이 밤, 아버지 그 말씀의 거북징채가 새삼 저를 울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