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0    업데이트: 24-01-17 11:10

위기의 꽃

봄밤
정숙 | 조회 1,153

봄밤 / 정 숙

 

 

저 문디 헤프기도!

하마 목련이 몸,마음 마카다 조뿐 모양이네

이제 봄바람이 시치미 뚝 따고

벚꽃 꽃매아리에 앉아 고 입술을 희롱하고 있네

목련은 옥양목 하얀 적삼캉 처마끈 반쯤 풀린 채,

저녁 어스름 다가서는 어둠을

온몸띠로 밀어내고 서 있다.

후회 없이 주었을 텐데 참 허무한 눈빛이다

하기야 얼매나 춥고 사랑 고팠으면 그리 쉬 문을

열었겠는가? 긴 시간 눈물로 혼차

외로움 삭여 본 이는 짐작할 거라

 

그 괴욤 순간적이지만

추억의 작은 여름에 그리움을 키우며

또 한세상 살아가는 산수유,눈 노랗게 뜨고

어리벙벙 서 있는데 숫괴내기가 허기진

알라 울음소리로 스치듯 지나간다.

아매도 암고양이를 부르는 갑네

나도 봄 기운이 뻗치는가 근지러워

"잿가루 날릴지라도 딱 한 번 용암거치

뜨거워지이다" 중얼거렸더니

하루살이들

허무라도 삼켜보려고 불빛을 찾아찾아 헤맨다.

 

아이도 봄은 가로등에 앉아 벚꽃 봉오리들을

참 화근내 나게 달구고 있네.

 

 

위기의 꽃 / 문학수첩. 2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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