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 정 숙
저 문디 헤프기도!
하마 목련이 몸,마음 마카다 조뿐 모양이네
이제 봄바람이 시치미 뚝 따고
벚꽃 꽃매아리에 앉아 고 입술을 희롱하고 있네
목련은 옥양목 하얀 적삼캉 처마끈 반쯤 풀린 채,
저녁 어스름 다가서는 어둠을
온몸띠로 밀어내고 서 있다.
후회 없이 주었을 텐데 참 허무한 눈빛이다
하기야 얼매나 춥고 사랑 고팠으면 그리 쉬 문을
열었겠는가? 긴 시간 눈물로 혼차
외로움 삭여 본 이는 짐작할 거라
그 괴욤 순간적이지만
추억의 작은 여름에 그리움을 키우며
또 한세상 살아가는 산수유,눈 노랗게 뜨고
어리벙벙 서 있는데 숫괴내기가 허기진
알라 울음소리로 스치듯 지나간다.
아매도 암고양이를 부르는 갑네
나도 봄 기운이 뻗치는가 근지러워
"잿가루 날릴지라도 딱 한 번 용암거치
뜨거워지이다" 중얼거렸더니
하루살이들
허무라도 삼켜보려고 불빛을 찾아찾아 헤맨다.
아이도 봄은 가로등에 앉아 벚꽃 봉오리들을
참 화근내 나게 달구고 있네.
위기의 꽃 / 문학수첩. 2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