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선택
- 정하해
나무의자를 보면 그러니까 갈빗대를 눕혀놓은 것과
같아서 앉기가 그렇다
어느 정글에서 엎어지고 자빠지며 걸어왔을
저것은 상처에도 격이 다른 각도다
잘 짜 맞춘 상처 위로 달이 오래도록 칠하다 간 이유는
나무냄새, 그 희미한 것이나마 가두는 일일 것이다
목불상으로 앉았다면 세상의 모든 머리들이 달려와
조아렸을 텐데, 짜개진 등이 어쩌면 공덕을 짓는 중이겠다
이슬이 오는 쪽으로 천천히 빠져나가는 혼이
그저 거기서 맴돈다
◇정하해= 2003년 시안 등단, 시집 ‘바닷가 오월’ 등, 대구시인협회 이사, 대구예술가곡회 이사,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해설> 살면서 아니, 태어나면서, 태어나기 이전부터 자의든 타의든 어떤 선택에 의해서 사람의 한생은 이미 갈아입기 힘든 옷을 걸치게 된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누가 보아도 현실이 지난하고 팍팍한 사람을 두고 나쁜 팔자를 들먹이지만 정작 겉이 번지르르한 부르조아 돼지보다 나름 느끼는 행복의 무게는 별 차이 없을 수도 있다. 목불상이 되었든, 의자가 되었든 그것 또한 신이 이미 상상력을 가진 목수에게 선택권을 준 것일 뿐! 아무튼 의자를 갈빗대로 보는 시인의 놀라운 눈은 정글에서 자란 나무를 선택해서 여기까지 데려오는 동안의 상처에서 또는 달의 칠(붓질)이 나무 본질의 냄새를 가두려했다는…. 상처까지도 잘 맞춰서 완성된 의자여. 머리들 조아리는 목불은 못되었지만, 짜개진 등에 새벽이슬이 쓰리게 와 닿는 지금, 어쩌겠는가. 다음의 생, 또 다른 선택을 기다리며 등을 내어주는 지금은 함부로 허물어지지도 못할 그런 시간인 것을.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