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지가 않다
링겔을 꽂고 퍼진 당신 어제는 서해 체하고
그제는 통도사 홍매에 체해서 기어이 병원 실려 왔다
어설프게 막히는 당신 죽을 삼키다 말고 운다
내장마다 풍경이 잠겨
한 모금 물마저 삼킬 수 없어 굶는 당신
일 년 몇 번은 체했다 살아나는 당신
수액이 다 떨어질 때까지
구금이다
말하자면 애기동백 마을에서 쓴물까지 뱉어내다 쓰러진 후
제 정신 아니었다
누가 손가락 찔러 피를 땄다 흉장에 끌어 모은 동백을 빼내는 일
붉다 못해 자지러진다
링겔이 줄어드는 동안 또 나가고 없는
어디서 중치 막혀 못 오는 당신, 지금 간단하지가 않다
* 작가노트
살다보면 이래저래 체하는 수가 많다. 물론 음식 탓에서 오는 괴로운 일로 일 년에 서너 번은 체해서 두어 달은 죽을 먹는 경우가 생긴다. 예민한 성격에서 오는 불편으로 죽을 고생을 하고 나서도 사람인지라 금방 잊어먹고 또 체하는 일이 반복 되어 늘 조심을 하게 되는데, 대충이 문제여서 그것이 안 되는 일은 늘 체할 수밖에 없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음식에서 오는 곤혹과 딜레마보다도 너와 나라는 연결에서 오는 어떤 그물망 같은 밀집에서 오는, 몫이라는 것 때문에 삶이 아파지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이 나면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여행지에서 받는 풍경으로부터의 초대 속으로 들어갔을 때 꼭 체하듯 끓을 때가 있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적멸에 들고자 애쓰지만 몸은 더 그쪽으로 기울고 있음으로 나는 늘 아픈 후일을 걱정해야 했다.
정하해는 경북 포항 출생으로 2003년 『시안』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 피다』『 깜빡』『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을 펴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수료하고,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일일문학회 이사로 일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