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술잔에 입술이 묻는다
다들 사람냄새가 난다
입을 묶은
남녀가 스마트폰을 들고, 맞은편 빌딩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골동품 같은 말을 버린 지 오래인 듯
웃는 것마저 터치로 한다
맹독이다
버려진 말의 무덤
저녁 나뭇잎이 터치를 하는 소리
바람 탓만은 아닐 것이다
무덤 짓지 않으려고
우리는 포장마차 안에서 소리를 방출 한다
너에게 가려고 손가락을 버렸다
* 작가노트
새삼스러울 것 없는 풍경들이지만 우리는 무엇엔가 중독을 들이면 빠져나오질 못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 너나없이 스마트폰 속으로 잠식할 듯 주시를 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람의 일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즐거운 담소를 해야 하지만 마음은 손에서 놓지를 못하는 기계에 가 있다. 그리하여 궁금증 장애에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 환한 마음을 나눌 때 잠시 꺼 두어도 괜찮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눈과 눈이 마주쳐야 사람의 전부를 볼 수 있는데 말이다.
정하해는 경북 포항 출생으로 2003년 『시안』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 살꽃이 피다』『 깜빡』『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을 펴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수료하고,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일일문학회 이사로 일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