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백정
정하해
꽃은 늦다
목련은 눈알 하나로 세상을 다 봤다 하고
외진 동백은
섬을 끌고 남하 중이라 하고
벌써 그녀는 낫을 들었다
꽃의 모가지를 베는 시기에는
흙에 제를 지내기 위해 두문불출한다고
모가지를 치는 그녀의 목도 여러 번 붉었다
어떤 죄가
낱낱이 흔들리며 저리 실토하리
주검을 끓이는 유리주전자
그녀가 주변을 끄고 앉았다 흔히 꽃백정들이 하는 의식,
깡마른 숨이 돌자
물이 눕는다
저 물에 비치는
뭣도 모르면서 조아리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