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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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03    업데이트: 22-04-04 16:03

정하해 시

꽃백정
아트코리아 | 조회 1,524

꽃백정

 

                                        

 

꽃은 늦다

 

목련은 눈알 하나로 세상을 다 봤다 하고

외진 동백은

섬을 끌고 남하 중이라 하고

벌써 그녀는 낫을 들었다

꽃의 모가지를 베는 시기에는

흙에 제를 지내기 위해 두문불출한다고

 

모가지를 치는 그녀의 목도 여러 번 붉었다

어떤 죄가

낱낱이 흔들리며 저리 실토하리

 

주검을 끓이는 유리주전자

그녀가 주변을 끄고 앉았다 흔히 꽃백정들이 하는 의식,

깡마른 숨이 돌자

물이 눕는다

 

저 물에 비치는

뭣도 모르면서 조아리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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