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03    업데이트: 22-04-04 16:03

정하해 시

독감 바이러스
아트코리아 | 조회 1,427

독감 바이러스

 

정하해

별안간 비 쏟아진다 그러나 열차는 사과나무와 오리나무가 있는

북방으로 간다

 

사과나무 평생을 건 추운나라, 화석처럼 거기 박힌 모두

북방의 것이다 오리나무 잎이

위태롭게 간당거리는지

 

어서 달려야 한다

자비하는 만국기가 펄럭이는 순진한 그곳으로

 

나를 뒤돌아볼 소경이여

눈은 오늘밤도 달려올 것이다 별이 한 이별을

작별하고 여기로 탑승한다, 우리는 역마다 알몸을 지불하고

새떼의 나침반을 기억하며

 

달리는 내내 너는 홀쭉하게 마른다

닿기 전, 너는 중독된

세상사가 다 빠져야 하는

열 한 시 북방으로

우리는 간다

 

 

시집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시인동네, 201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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