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바이러스
정하해
별안간 비 쏟아진다 그러나 열차는 사과나무와 오리나무가 있는
북방으로 간다
사과나무 평생을 건 추운나라, 화석처럼 거기 박힌 모두
북방의 것이다 오리나무 잎이
위태롭게 간당거리는지
어서 달려야 한다
자비하는 만국기가 펄럭이는 순진한 그곳으로
나를 뒤돌아볼 소경이여
눈은 오늘밤도 달려올 것이다 별이 한 이별을
작별하고 여기로 탑승한다, 우리는 역마다 알몸을 지불하고
새떼의 나침반을 기억하며
달리는 내내 너는 홀쭉하게 마른다
닿기 전, 너는 중독된
세상사가 다 빠져야 하는
열 한 시 북방으로
우리는 간다
시집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시인동네, 2015)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