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03    업데이트: 22-04-04 16:03

정하해 시

내일의 인사를 놓고 왔다 - 정하해
아트코리아 | 조회 209
내일의 인사를 놓고 왔다
- 정하해


해가 거기서 뜨는 줄은 몰랐다

우리가 달리는 방향으로 하늘은 한 술 푹 도리는 중이다

새벽은 부스러기처럼 어디나 흘려져

그것 털어내는 건 속눈썹들이다

며칠의 사생활이 끝나고 공항으로 가는 날

해가 움켜쥐지 않은 것들은 아직, 검은

유리창 너머의 바빌론

걱정말아요 당신

집으로 가는 길은 다 생각난 걸요

애 끓이지 말아요 그럴수록 속에 것, 오래전 그것들이 뛰쳐나와요

사실주의로 치면 해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그려 넣은 모호한 행성

피사체로 조준 된 것에 닿았을 뿐인데 당신, 냄새가 난다

다시는 그런 데생을 하지 않으리라는

맹세는 실로 어긋나기 마련이어서

이별에 대한 과오는 닫아야 겠다

나의 인질들에게 손을 흔든다

배웅을 마친 해가 돌아서는 쪽으로, 가뭇한 사람의 내상이 끼여

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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