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오늘 33     전체 127,150
글 수: 103    업데이트: 22-04-04 16:03

정하해 시

늦도록 복사꽃 뺨
아트코리아 | 조회 220
늦도록 복사꽃 뺨
정하해


카페를 점령했던 그녀들 이제야 간다
폭염이 만들어낸 풍경들, 오래도록 주저앉아
옷과 신발까지 치레를 두고 왁자하니 지적과 설명이 관심인
다들 칠순에 가깝거나 넘겼거나, 여자를 표내는 거다
꽃 떨어지고 그 열매들까지 쉰쯤에 왔을 것 같은 노거수 속의
그녀들을 듣다 문득, 몇 단위 내 앞이겠거니 생각하다
딸꾹질이 난다
아직 생을 넘치기 싫다는 이 강한 부정이 또 머쓱하다
굽은 등이 몇, 안짱다리가 몇
줄기가 시들어 단물 다 터진 등을 천천히 끌고 나가면서도
바짓단이 어떻고 옷 색깔이 어떻고
여운이 남은 대담들이 까르륵 창이 울렁거리도록
실로 어느 한때 스무 살 딸들이었을
복사꽃 뺨이 참 오래 전 일이었을
늦도록 꽃인, 한 무리 아직도 스무 살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금 저 한때 분홍이 아주 더위와 달구어져
뒤태가 아름답다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