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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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03    업데이트: 22-04-04 16:03

정하해 시

책속에 저물다
아트코리아 | 조회 181
책속에 저물다 
정하해


쉽게 범하지 말라는 뜻인가
깜장돌 속에서 자꾸 길을 놓친다
밖은 밀어닥친 태양으로 붉은 해일 천지간


일면식도 없는 나를 관찰하는 저들의 밀교
나프탈린 냄새처럼 집적거린다


정분 나누고 싶어하는 저것의 혀 잘근잘근 씹는다
그를 벗길수록 나는 누런 식욕을 느끼는데
한때 울렁거리게 했던 그 열애의 능선은 어디,
만신창이 몸 하나쯤 별 것 아닌 이곳
한 발짝도 옮길 수 없는 나는 여전히 불임중


너를 만나는 오늘도 캄캄한 형용사이다
네 심장에서 그저 그렇게 놀았던 방자한 삶이
실성이나 하지 말았으면 먼지들 거꾸로 선다
무작정 앉은 행간 방부제를 삼킨다


벌써 해 떨어지고 너덜하게 접힌 채 말라버린 나를
또 누군가 발견하는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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