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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봉사는 아코디언 선율을 타고.. 평화뉴스 2009-6-8
홍세영 | 조회 2,847
봉사는 아코디언 선율을 타고..

아코디언 위문공연 7년 홍기쁨(25)씨 "선행 가르쳐 준 아버지의 손풍금"

 

2009년 06월 08일 (월) 10:36:12 남승렬 기자 pdnamsy@pn.or.kr

 

   
 
▲ 아버지 홍세영 교수와 함께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홍기쁨씨...부녀는 아코디언 위문공연을 7년째 함께 해 오고 있다(2009.6.6 대구 남구 대명동 아코디언 하우스 / 사진.남승렬 기자)

아버지는 '아코디언'을 사랑했다.

 

아버지가 사랑한 아코디언. 주름상자 모양인 수동 리드 풍금의 하나. 풀무로 출입시킨 공기의 흐름으로 리드가 떨면서 소리를 낸다. '손풍금'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구슬픈 특유의 음색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닮았다. 과거 유랑 서커스단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추억의 악기로, 한 때 대구 최고의 향락가였던 향촌동 밤무대에서도 그 음색은 골목을 타고 흘렀다.

 

손풍금을 사랑한 아버지와 딸...대구 첫 아코디언 전문 연주공간 열어

 

아버지는 사람들의 가슴에 추억의 악기로 인식되는 이 '손풍금'을 어깨에 메고, 양로원과 고아원을 돌며 탱고의 정열과 향수를 선물했다. 딸은 '착한 연주'를 하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고,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닮아갔다. 그리고 아코디언은 부녀(父女)에게 단순한 악기를 넘어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가 됐다.

 

대구 최초의 아코디언 전문 연주.교육공간 '아코디언 하우스'의 대표인 홍기쁨(25.영남대 교육대학원 음악교육학과 재학)씨. 그녀를 만나기 위해 6일 오후 대구시 대명동 명덕네거리 부근의 아코디언 하우스(대구시 남구 대명동)를 찾았다.

 

아코디언 하우스는 지난 5월 6일 문을 연 아코디언 전문 교습 공간으로, 지역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아코디언 봉사동호회 '아코사모'(아코디언으로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연습과 연주 장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아코디언을 배우고 싶은 개인과 단체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문화공간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 아코디언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때마침 예쁜 커피숍을 닮은 아코디언 하우스에서는 아코디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기쁨씨가 아코디언을 가슴에 안고 아버지 홍세영(대구예술대 실용음악 전공 교수)씨와 함께 아르헨티나 탱고의 명곡 '라콤파르시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기쁨씨는 아버지와 함께 7년째 노인요양시설 등을 돌며 어르신들에게 아코디언 위문공연을 하고 있다. 봉사는 아코디언에서 시작됐다. 경북예술고등학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그녀는 어릴 때부터 봐 온 아버지의 아코디언 연주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코디언과 친하게 됐다.

 

   
 
▲ 홍기쁨(25)씨...그녀는 "아코디언이 없었더라면 봉사활동을 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사진.남승렬 기자)

홍씨는 "처음에는 아코디언을 연주하시는 아버지 모습을 보며 '좋은 기계악기도 많은데 왜 저런 걸 연주하지'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연주를 자꾸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코디언과) 정이 들었다"면서 "제 연주를 듣고 마음의 위안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의 손풍금이 나에게 봉사를 가르쳐준 것 같다"며 "아코디언이 없었더라면 봉사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권유로 2003년 대구예술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아코디언 위문공연에 나섰다. 대구 앞산 나눔의 집과 칠곡군 다부면 밀알의 집, 구미 순천향병원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의 병원과 장애인시설 등을 돌며 무료공연에 나선지가 햇수로 7년째다.

 

"대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지인께서 암 병동 위문공연을 가는데 연주를 해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했어요. 너무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피아노를 가져갈 수는 없잖아요. 결국, 아버지 어깨 너머로 배운 아코디언을 가져가 연주를 했죠. 그게 제 첫 번째 아코디언 위문공연이었습니다"

 

손풍금 선율에 웃는 환자들...이 감동 골목 골목에...

 

위문공연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홍씨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던 한 환자가 제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성가곡을 3절까지 다 불렀던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면서 "아코디언이라는 악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한 치매병동에서 '고향의 봄' 연주를 들으며 해맑게 웃으시던 어르신들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가슴을 울리는 듯한 호소력 짙은 음색이 어르신들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아코디언이 없었더라면 봉사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홍기쁨씨. 그녀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주민들이 음악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거리음악회를 열고 싶다는 소망이다. 비싼 공연티켓 탓에 대형 공연장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가기에는 벅찬 주민들을 위해 대명동 골목 골목을 음악이 흐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단다.

 

"오늘도 즐거운 상상을 해요. 마실 나온 주민들이 부담 없이 아코디언 선율을 들을 수 있는 거리음악회를 열고야 말겠다는 상상. 명덕네거리 골목 골목을 오페라하우스보다 더 큰 감동의 무대로 만들고 말겠다는 상상(웃음)" 호호- 그녀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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