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바루 산
보루네오섬 북부 동남아시아 최고봉
앞산만한 바위를 엎어놓은 그 곳
키나바루 산(4095m)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새벽 두시 라반라타 산장을 비몽사몽 출발한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로프를 잡고, 오르고 또 오른다.
가늠치 못하는 그 기울기에 두려움으로 오금이 지려온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바위산
구름바다속 어둠에서 서서히 깨어나고있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 붉은 빛의 향연
일출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과 경건함을 알리는 것
시시각각 변하는 경이로움에 흥분된다.
우연히 해를 등지고 바라본 순간
붉은 물감을 칠한 바위산 그 곳엔
새로운 생명이 쑥스럽게 잉태되고 있었다.
히말리야의 광활함, 알프스의 웅장함, 아프리카의 목마름
키나바루는 도발적인 부끄러움으로 세상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