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세월이 요즘 절로 간다.
며칠 지나면 또 한 살 보태야 한다.
갱년기인가 이유없이 그냥 슬프다.
전날 밤 덕유산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카메라 가방메고 마누라 눈치보며
허한 가슴 부여잡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저 멀리 향적봉은 벌써 하얀 고깔을 쓰고 있다.
어두워지는 가운데 가파른 눈덮힌 산길을 오른다.
누군가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것이라 했던가.
선잠자고 동터는 새벽
산장 문을 연 순간 북풍 한설이 휘몰아 친다.
천지창조의 감동도 함께 몰아온다.
자연과 삶과 햇빛과 눈과 내가 하나가 된다.
마음을 씻고 몸을 닦는다. 생명을 받고 겸손을 배운다.
역시나 산의 주인은 산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