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22-12-09 10:59

언론·평론

한국화가 박형석 개인전전통에 현대미를 더하다
박형석 | 조회 1,962

전통에 현대미를 더하다…풍속화의 변신

한국화가 박형석 개인전
내달 15일까지 공간울림갤러리

"재료·표현법 등 다양화 인간의 삶 소재로 삼아 현대화된 민화 그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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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풍속화를 원시적인 어법으로 담아내는 박형석의 전시가 7월15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랑 받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는 확연하게 다르다. 전자는 윤이 나고, 후자는 푸석하다. 생물, 무생물 공히 그렇다. 화가 박형석의 그림에는 윤이 난다. 작가가 평면 속 주제에 사랑을 듬뿍 쏟았다는 이야기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나도 인간이고 관람자도 인간”이라며 “휴머니즘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주제는 인간이다. 다양한 인간의 삶을 투영한다. 하지만 평면에 인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비유의 결과다. 그는 인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꽃과 물고기, 어린왕자에서 보았던 것 같은 귀여운 비행기 등에 은유한다.

“화가의 그림에 관람자의 상상력이 더해져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사람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상상의 여지를 빼앗게 된다. 은유는 상상을 위한 일종의 ‘여백’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가 신윤복과 김홍도를 언급했다. 선비들의 그림을 빼면 조선시대의 그림은 모두가 민화라고 했다. 민화는 당시 사람들의 풍속도를 다룬 서민의 그림이다. 박형석의 그림도 큰 틀에서는 민화하고 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민화와 동일시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재해석하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각색하기도 한다. 각각의 사연은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삶에서 만나지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면에서 내 그림은 현대화된 민화다.”

그림에 경계는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동양화와 서양화 어느 한편에 치우쳐 단정 짓기 어렵다. 화선지에 전통물감을 쓰기도 하고, 서양물감을 병용하기도 하고, 구상과 추상도 혼재한다. 사군자나 풍경 등의 조형적 소재로부터도 자유롭다.

비록 외적 형식에서 자유분방함을 추구하지만 중심 줄기는 완고하다. 한국적인 정서를 전제로 하지만, 조선시대의 동양화와는 결을 달리하는 것. 그가 고구려벽화 이야기를 꺼냈다. “조선시대 그림이 한국화의 원류처럼 돼 있다. 나는 더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다. 더 확장된 우리를 찾고 싶었다. 고구려벽화를 처음 보고 이거다 싶었다.”

한국화를 전공하고 우리 정서가 배어나는 현대화된 풍속도를 그리게 된 계기는 대학 1학년 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본 고구려벽화 화집을 보고 숨이 멎었다. 화집에는 사신도와 오방색, 수렵도, 신선도, 귀부인 등의 당시 사람들의 풍속도가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 화집을 보고 단숨에 매료됐다. 그리고 2학년이 되자 고민 없이 한국화로 정했다. 이후 지금까지 내 작품에 고구려벽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소재도 과감하고 채색도 다채롭게 했다. 하지만 평가는 늘 그의 마음과 어긋났다. 당시 대구에는 수묵화가 대세였던 것. 그가 아픈 듯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채색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내가 채색을 한 것은 시기적으로 좀 빨랐는데 서양회화의 느낌과 달라 서양화가들이 관심을 가졌다.”

최근 전시를 시작한 공간울림갤러리(대구 수성구 상화로)에 전시된 작품들은 ‘사유’ 연작이다. 작품에는 전통창호의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하고, 어린 시절 풀밭에 누워 바라본 별을 꽃송이처럼 흩뿌려 놓고 있다. 바람의 흔적과 떨어지는 비의 움직임, 달리는 열차 등의 움직임도 소담스러우면서도 아련하게 잡아내고 있다. 간결한 원시성이 아련한 추억으로 잡아끌기 십상이다.

“요즘 사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시류에 끌려가는 삶을 산다. 그래서 폭력적이고 충동적이 되고 있다. 스트레스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공을 초월한 원시적인 그림을 통해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고 사색의 세계로 빠져들면 좋겠다.” 전시는 공간울림갤러리(대구 수성구 상화로)에서 7월 15일까지. 053-765-5532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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