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노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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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67    업데이트: 14-02-20 15:52

작품방

그늘에 기대다
노현수 | 조회 2,397

그늘에 기대다

   

해진 옷자락만큼이나 늙은 노인이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말없는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다

 

벌 한 마리

바닥을 빙빙 돌며 비실거리는 거동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날개 가득

노란 꽃가루 한 짐 지고

꽃시절 어디 헤매고 왔나보다

 

담록색 치마 붉은 저고리 꽃각시

늦동백 뚝뚝 발등 깨던

사월 그 시절

어깨 허물도록 지고 다녔던 연장통

노란 꽃가루 더께가 노인의 눈에 내려앉는다

 

비비적거리며 벌

바닥에 자꾸 머리를 박는다

비틀비틀 몸 굴리며

구석으로 구석으로 숨는다

 

저 벌처럼 나도

그늘에 기대

몸 웅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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