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 기대다
해진 옷자락만큼이나 늙은 노인이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말없는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다
벌 한 마리
바닥을 빙빙 돌며 비실거리는 거동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날개 가득
노란 꽃가루 한 짐 지고
꽃시절 어디 헤매고 왔나보다
담록색 치마 붉은 저고리 꽃각시
늦동백 뚝뚝 발등 깨던
사월 그 시절
어깨 허물도록 지고 다녔던 연장통
노란 꽃가루 더께가 노인의 눈에 내려앉는다
비비적거리며 벌
바닥에 자꾸 머리를 박는다
비틀비틀 몸 굴리며
구석으로 구석으로 숨는다
저 벌처럼 나도
그늘에 기대
몸 웅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