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0    업데이트: 18-07-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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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공성환展
공성환 | 조회 2,801

‘흐르는 강물처럼…’ 공성환展

 

 

흐르는 강물처럼…

기복과 변화가 심한 인생의 흐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절제의 자세와 미감을 통해 끊임없이 물의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 온 작가 공성환!


그의 작품은 언뜻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아련한 영상을 떠올리게 한다.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듯 깊고 그윽한 인생 또한 유장(悠長)한 세월을 쉼 없이 흐르고 있지만 그 뒤안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고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점철된 삶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가게 마련일까? 그래서 그런지 강이나 바다를 통해 물결의 고요한 움직임을 화면 안에 가득 채워 온 작가 공성환의 작품을 접하다 보면 무엇보다 인생의 역동성과 조화를 이루며 서정적인 느낌을 전달해 준다.


물은 무정형(無定形)의 물질로 세상만물의 생성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원소이며 변화무쌍하게도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유동체(流動體)의 특성이 있다.


그 때문인지 예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물을 매개로 자유롭게 상상력을 이끌어내 흥미로운 대상으로 현실에 부합시켰고, 생명력의 원천인 물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변용(變容)시켜 작품 속에 반영해 왔다. 특히 물은 물질의 형상을 넘어서 정신적인 요소로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청산일맥한천수(靑山一脈寒泉水)라는 말이 있듯 깊은 산 속의 차디찬 샘물이야 말로 영원한 생명수인 감로수(甘露水)라 하지 않던가. 노자(老子)사상에서도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다”고 했다. 우주만물의 생성원리와 생활도(道)를 물에 비유한 말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고, 모든 환경에 두루 적응해 주변과 다투지 않으면서 모든 것에 생명력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물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주변의 모든 생명체들과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스스로 비켜가는 무욕(無慾)상태인 데다 위에서부터 더러운 것을 걸러 쓸어내고 맑은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겸손의 미덕을 아낌없이 베풀기도 한다.


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대하다 보면 물을 하나의 물질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에 담긴 오묘한 정신세계와 숭고한 이념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공성환이 화면 속에 구사한 물의 주제는 일렁이는 물결에 투영된 빛이 여백으로 남겨진 것이 아니라 리듬감 있는 곡선들로 그 실체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물이 빛과 만나면 반사작용으로 빛을 굴절시키며 착시 현상 같은 환영(illusion)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다 일종의 신비감마저 느끼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여 예술적 영감을 고취시켜 준다. 여기에다 거울 같이 멈춰 있는 잔잔한 물위에 빛의 선(線)들이 춤을 추듯 가득 메우고 있는 이미지의 충돌이 어쩌면 부조화를 이루는 것 같기도 하지만 새롭게 구성된 또 다른 추상적 물의 이미지를 뿜어 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물의 이미지는 평면적 구성과도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데 빈 공간은 빛을 나타내고, 잔잔하게 일렁거리는 물결의 형태는 곡선의 요소로 드러나고 그 표면에는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른 색을 띠는 유기체적 형태의 면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물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이미지와 그것이 지닌 아름다움과 다양한 속성들에 매료되어 물 자체 만을 화면 가득 표현한 기법도 매우 이색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작가는 물의 사실적 형태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감성을 움직이는 물의 근본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찾아내 조형적으로 작품에 응용했다는 점에서 아직도 물 이미지의 다양한 회화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 미 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 팀장, 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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