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출신 작가로 전국적으로 활발한 활동으로 지역 미술문화에 기여하고 있는 공성환의 14번째 개인전이 오는 4월 28일(수)부터 5월 3일(월)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마련된다. d
공성환은 사물의 형상이 주는 즐거움 보다 사물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사물의 내면읽기를 계속해왔다. 그동안 낮달시리즈, 연기, 들꽃, 연작 등을 통해 특유의 ‘사유공간’을 선보이는 작업을 해왔으며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도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어왔다. 공성환은 이번 작품전에서 신작인 ‘물’시리즈를 선보이는데 물이 주는 평면성을 작가만의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풍경속의 대상은 웅변적이라기보다 귓속말의 전언(傳言)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미술평론가 맹일영의 말처럼 작가의 작품경향은 대상을 객관화시키는 치밀한 묘사를 일삼거나 주제를 분명히 부각시켜 내용을 강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색채의 어울림과 구조의 조형적 구조감을 겨냥하거나 유화물감의 그 질척한 구사의 묘미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오히려 그런 통념화된 시각에서 벗어나 대상에 대한 겸허한 표현의 절제를 이룸으로써 그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서양인의 구상회화에서 보기 힘든, 어쩌면 한국인의 그 자연관에 연유된 심성으로나 가능할 격조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비움과 공허함이 가장 충만하다는 것을 알고, 쓸쓸함이 어쩌면 더 진하게 다가오는 환희라는 것을 아는 화가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의 자연의 모습을 작가는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풍경이며 이제 어떤 일도 더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진정제와도 같은 풍경’이라고 말한다. 그 풍경 위를 한 마리의 나비가 유유히 날아가는 모습은 인간본연의 모습을 대변하는 모습이며, 작가 스스로의 자화상을 표현하는 듯하다. 따로 쳐다 볼 사람이 없을 낮달이 그렇듯, 꽃밭도 아니고 풀섶도 아닌 바다를 소득 없이 나는 ‘나비’는 작가에겐 실용이 배제된 인간정신의 산물이며 감성의 부산물인 동시에 예술행위의 한 상징체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는 공성환의 신작인 ‘물’시리즈를 중심으로 20호에서 100호의 대작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끝》
공성환-궁상2_182x91cm
공성환-궁상_188x100cm
공성환-물빛_162.2x97cm
<작가노트>
거기에도 그런게 있을까. 꽃밭도 아니고 풀섶도 아닌 바다에 나비가……. 그러나 세상에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행위, 실익이 없는 행동도 있는 법. 그렇게 이득이 배제된 자리에는 결국 행위의 순수성과 행위자체의 즐거움이, 정신의 한 산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따로 처다볼 사람이 없을 낮달이 그렇듯, 소득 없을 「바다를 나는 나비」는 내겐 실용이 배제된 인간정신의 산물이다. 감성의 부산물이다. 예술행위의 한 상징체인 것이다. 김기림의 시구에서 처럼 ‘삼월달의 바다에 꽃이 없어서 서글픈’ 나비가 ‘허리가 시리도록 푸른 초생달’을 안고 무상의 날갯짓을 하는 그림을 꿈꾸어 본다. 차고 맑은 또는 흐린물빛을 배경으로…….
공성환-바다와 나비2_182x91cm
공 성 환 _ Kong, Sung-hwan
1955 대구 生 / 경북중·고교 / 영남대 미술대 서양화과 개인작품전 14회 (서울, 부산, 대구) 신미술회. 동인전. 한국인물작가회. 이상회. 구상회화제 등 그룹전, 기획전 다수 출품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