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은 세상이다, 나 자신이다." 화가 공성환
공성환 화가의 화폭에는 물만 가득 담겨 있습니다. 파문이 이는 물은 그에게 그림 소재일 뿐 아니라
삶을 가르치는 스승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공성환 화가가 그린 물을 통해 찰나적인 동시에 영원하며,
아름다운 동시에 강한 물의 본질을 직시하게 되곤 합니다.
▮ 물결 속에서 세상을 보고, 자신의 본성을 보는 화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잔잔한 물결, 그러나 작가는 감과 촉으로 미세한 떨림을 읽어냅니다. 그에게 물결은 한 번도 같지
않았습니다. 색깔, 내음, 굵기, 넓이, 소리…. 작가는 제각기 다른 물결 속에서 세상을 보고, 자신의 본성을 엿봅니다.
저마다 화폭에는 물결이 고요할 뿐인데 모두 다르고 색다른 감흥으로 눈길을 붙잡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을 그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물을 찾아가지요. 전국에 있는 바다, 강, 저수지 등을 모두 찾아갑니다.
예전에는 물을 보고 드로잉 스케치를 하고 사진을 찍어 그것을 토대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물을 보면서
느끼는 색감, 조형미, 마음의 상태를 메모해서 옵니다. 드로잉이나 사진으로는 매번 비슷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심상의 반영은 똑같은 작품을 낳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림을 통해 작가를 추적하는 것이 제대로 된 감상법이라고 하는데, 그림 감상의 최종 목적이 작가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 것이라면 공성환 화가는 어쩌면 큰 도박을 하는 셈인지도 모릅니다. 화폭에는 오로지 물결만 넘칠 뿐이니까요.
큰 화폭에 비해 포착한 것은 물결의 파동뿐이니 이를 보고 어찌 작가를 읽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공성환 화가의 작품 '바다와 나비', '금빛귀로']
▮ 현대회화의 두 가지 요소, 무중심성과 평면성을 담은 '물'
“저는 물이 갖는 조형적 구조에 관심이 많습니다. 바람에 이는 물결, 파문이 주는 차이, 보일 듯 말 듯 한 물속,
물결의 가장자리를 밝히는 칼날 같은 처리, 기술적으로 꼼꼼한 묘사 등 사실화임에도 현대적 이미지를 담기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현대 회화의 두 가지 이슈는 무중심성과 평면성인데, 저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사실 회화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그 매개가 바로 물이죠. 물을 위에서 바라보면 평면이고 중심 없이 흩어지는 그 흐름은 무중심성을 띠죠.
이는 물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자 사실화가 변모하기 위한 나름의 모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공성환 화가는 아직도 물에 대한 궁금증이 많습니다. 물은 그에게 끊임없이 관찰하고 추구해야 할 이상인
것이죠. 조형적으로 질서가 잡힌 물결을 만나는 것이 그에게는 큰 행운입니다. 즉 물은 그에게 자아의 반영인 셈입니다.
공성환 화가의 물은 앞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흐를 것입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트페어에도 소개되었으며, 2014년에 독일 베를린과 폴란드 바르샤바 아트페어에 추천받아
출품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그는 ‘색의 소리를 듣는 집’이라는 뜻의 청색재(聽色齋)에서 오늘도 물을 그립니다.
물 한 줄기 흐를 길 없는 작업실이지만 그에게는 온통 세상이 물이요, 물결입니다. 보는 것을 뛰어넘는 지혜와 현명함,
모든 것을 품고 감싸는 넉넉한 물의 품성, 그것을 아는 것이 공성환 화가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요?
* 출처 : K-water 웹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