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주민 대상 춤추고, 노래하며 술을 마시는 자유로운 행위 담아내
무의식 속 인간의 본질 포착하며…그 순간을 담아내는 인물화 작업
김하균 “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과 몸 독립적일 때 자아를 찾는 것”
김하균, 잔소리
김하균, 취몽
우리에게 익숙한 질서정연하며 반듯하고 예쁘게 다듬어진 정형화된 틀을 갖춘 인물화가 아니다. 머리는 크고 몸체는 작아 우스꽝스럽고 웃음을 유발한다. 눈, 코, 입은 제각각의 모양으로 표정이 다채로워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모습들이라 정감이 간다.
서양화가 김하균의 작품을 향한 세간의 평이다.
김하균 작가의 그림은 마치 확대된 얼굴에 요목조목 특징을 아주 잘 끄집어낸 캐리커처와 만화를 연상시킨다. 또 국내 쉽게 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인물화이자 풍속화로서도 보여 해학적인 멋을 풍긴다.
김하균 작가는 “인물화는 대체로 섬세하고 예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이 다듬어 완성된다”며 “하지만 사람의 본연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꿈의 세계와 무의식이 반영된 사람들의 모습이 인간의 본질이며, 현실 속 이러한 갖춰진 틀 없이 자유분방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점을 포착해 사람의 본질에 가까워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 속의 사람들은 대체로 술에 취해있거나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흥겨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신이 난 모습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지인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행인이나 이웃 주민들이 주인공이 된다.
그는 “정작 나는 술을 즐기진 않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에서 팍팍한 현대인의 삶 속 사회의 틀과 룰에 벗어난 인간 본래의 모습을 직시하게 됐다”며 “자신의 마음과 몸을 독립한 이렇게 스스로 자유스러워지는 모습들이 결국 자아를 찾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김 작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 넣는 방식도 동일하다.
평소 소심한 성격 탓에 망설이고 주저했던 그는 캔버스 앞에서만큼은 자신을 잊고, 마음껏 잔소리를 쏟아내듯 거침없이 붓을 흔들기 때문.
그는 “무당이 신기가 오르면 작두 위에 춤을 추듯 캔버스 위에서는 나의 감성을 마구 흔들어 본다”며 “이내 정신을 차려 잘 그려야 되겠다는 욕심이 들어서는 순간 오히려 이상하게 표현돼 그 흔적을 지우기도 한다”고 했다.
평범한 풍경화 등을 그려오던 김하균 작가는 6년 전 ‘수필’을 배우게 되면서 이러한 인간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인물화 스타일을 고집해오고 있다.
김하균 작가는 “수필을 배우면서 내가 오랫동안 예쁘게, 잘 그리기 위해 목매던 캔버스에 ‘무엇을 그리는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내가 찾은 답은 돈과 명예를 떠나 무의식 속 사람들이 자유롭고, 본질적인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후 깊이감을 더하며 인물화작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 대해 미술평론가 서영옥은 “선명하고 뚜렷한 것들의 효용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현실이지만, 작가는 이러한 현실의 맹목적인 믿음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대신 현실에 놓치고 있는 것에 다가가고 있다.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꿈을 꾸려면 꿈에서 벗어나야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내가 된 것인지를 질문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15년 만에 개최되는 중견화가 김하균 개인전은 오는 25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A관에서 열린다.
김하균, 취몽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